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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궐선거에서 사실상 호남 표심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했다.
실제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무려 20%P가 넘는 큰 표차로 참패당했다. ‘서울의 호남’이라는 서울 관악을에서도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에게 10% 가까운 표차이로 패했다. 돌풍을 예상하던 무소속 정동영 후보는 3위에 그쳤다.
이 같은 선거결과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심판’이라고 규정하지만, 속내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야권심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정치연합 심판’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광주에서 비록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엄밀히 말하면 야권인사인 탓이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도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보다 월등히 높다. 정동영 후보 역시 무소속이지만 야권인사다. 결과적으로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 모두 야권 텃밭에서 야권인사들끼리 싸운 셈이다.
그러면 왜 천정배 의원은 승리했는데 정동영 후보는 패배했을까? 무엇이 이들의 승패를 갈랐을까?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노선 문제’다.
사실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후보 모두 새정치연합에 비판적이다. 새로운 세력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것도 엇비슷하다.
정동영 후보는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으나. 과연 새정치연합을 통해서 집권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와 함께 또, 정권교체가 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는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도 30일 “내년 총선까지는 광주에서 ‘뉴 DJ’(새로운 김대중)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서 비전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면서 “그 세력으로 총선에서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창당을 하거나 창당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세력화를 하겠다는 뜻이다.
필자 역시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후보처럼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신당 창당 필요성에 대해선 상당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모임’이 제 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대안정당이 될 수 있겠느냐하는 데 대해선 회의적이다.
해법이 잘못된 탓이다.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의 이념성향에 대해 “기존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들 사이”라고 규정했다. 즉 정의당이나 노동당 등 기존의 진보정당 보다는 우(右)측에 있으나, 새정치연합에 비하면 좌(左)측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작년 4월 9일 새정치연합 대선평가위원회가 80여 일간의 활동 끝에 낸 대선평가보고서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대선평가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좌 클릭’을 꼽았었다. 그러면서 대선평가위는 “서민층의 지지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좌 클릭’이 아닌 중도노선의 실사구시 정책이 요구 된다”고 결론지었다.
즉 새정치연합은 이념상 지금보다 되레 ‘우 클릭’을 해야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전 장관이나 대선평가위 모두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선 견해를 같이 하고 있으나, 그 해법에 대해선 ‘좌 클릭’과 ‘우 클릭’으로 180도 서로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정동영 후보를 패자로 만든 결정적 요인이다.
반면 천정배 의원은 ‘국민모임’후보가 되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선거 승리한 이후에도 국민모임에 합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천 의원은 30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국민모임과 서로 협력하고나 할 수 있는 게 있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국민모임에 저는 갈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아마도 ‘좌 클릭’정당으로는 결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유일한 원내진보정당인 정의당 후보들이 거둔 초라한 성적표 역시 그런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야권재편론이 탄력을 받아 ‘제 3당’이 출현한다면 그것은 진보정당이 아닌 중도정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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