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역할론’나오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5-01 12: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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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도저히 질래야 질 수 없는 4`29 재보선에서 '전패'(全敗)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퇴진론’등으로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세월호 1주기'(4월 16일)까지 겹친, 그야말로 야권이 절대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완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로서는 물론 당 대표로서 치명상을 입게 됐고, 결국 그가 대표직에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대표직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했다.

실제 문 대표는 지난 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 정권의 경제 및 인사 실패,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제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누구를 탓할 것 없이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대표직 수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그는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통합하겠다”고 당 대표로서의 향후 계획을 제시하는가 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과 관련한 부정부패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되레 대여 강경투쟁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 대표의 발언에 당내가 들썩이자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문 대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당을 살려내는 게 진정한 책임"이라는 말로 퇴진론을 거듭 일축했다.

만일 새정치연합에 문 대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 즉 ‘친노정당’으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아마 4.29 재보선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정치연합 텃밭이라는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지역에서도 궤멸수준에 가까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로 규정하고 경제정당의 모습을 내세웠었다. 그대로 가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성완종 게이트'에 '세월호 1주기'까지 더해져 과실을 따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친노 강경파의 속성이 문제였다. 문 대표는 이번에도 ’심판론‘을 들이 밀었고, 그것이 결국 유권자들로 하여금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당내 비노-중도 세력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황주홍 의원이 “다수 국민의 여론보다 저희가 더 강경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슨 일만 터지면 모든 걸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직공, 직접 공격하는 것, 이것이 우리는 속 시원하고 열렬한 우리 지지층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주고 만족감을 드릴지 모르지만 결국에 선거는 다수 국민들을 얼마나 더 설득하고 지지를 확보하느냐의 문제인데 다수 국민들은 그런 것에 대해서 별로 호응하지 않고 그런 것에 대해서 오히려 염증을 느낀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박주선 의원도 ”민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소리와 반대로 하는 정당, 기득권에 집착하고, 계파에 연연하는 정당, 더는 희망이 없고 기대할 측면이 없다”고 한탄했다.

오죽하면 동교동계 행동 대장으로 꼽히는 이훈평 전 의원이 “사과와 반성이 없는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은 친노 중심의 야권은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걸 확인시켰다”며 “당을 깨라는 것이 호남 사람들의 특명”이라는 말까지 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야권지지층 사이에서는 누군가가 나서서 야권을 ‘판갈이’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넓게 퍼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광주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을 꼽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호남의 자민련’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당 텃밭인 대구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김부겸 대망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워도 다신 한번이라며 ‘안철수 재기론’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 그들을 모두 껴안을 수 있는 사람, 즉 호남 세력과 비노 세력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밖에 없다는 ‘손학규 역할론’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물론 문재인 퇴진론을 놓고 새정치연합이 진통을 거듭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총선이 1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일자가 다가올수록 친노 간판으로는 낙선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할 것이고, 결국 새정치연합 탈당행렬이 도미노현상처럼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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