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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박원순·안철수 등 이른바 야권 ‘빅3’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공개돼 화제다.
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 아니라. ‘호남’이라는 특정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토굴에 칩거하고 있는 정치인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이틀간 광주(274명)·전남(368명)·전북(358명)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포인트, 응답률은 6.1%) 결과, ‘차기 대선 주자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란 질문에 손 전 고문이 22.4%로 선두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20.5%,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19.4%, 안철수 의원 18.6% 순으로 집계됐다.
‘호남에서 신당이 창당된다면 꼭 참여했으면 하는 인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손학규 전 고문을 꼽은 이가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26.8%로 2위였고, 박지원 의원(10.7%), 박원순 시장(8.3%), 정동영 전 의원(8.0%) 순이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예비 조사에서도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다며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고문이 지지율 4%대로 등극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통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기억에서 곧 멀어지게 되고, 그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 전 고문의 토굴집은 지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재보선 패배이후 야당의 분열상이 이어지자 되레 그의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년 가까이 토담집에서 칩거하는 그가 서울 구기동의 빌라에 전세를 얻자 곧바로 정치권의 화제가 될 정도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지난달 재보선 참패로 방향타를 잃은 야당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비주류 측의 ‘책임론’을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실제 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는 비주류를 공천 나눠 먹기에 집착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특정 계파 이름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쳐낼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의 발표문을 직접 작성했다. 비록 일부 최고위원들의 만류로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발표문은 언론에 유출됐다.
한마디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 친노의 패권, 즉 ‘공천권을 결코 포기 할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사실 이쯤 되면 ‘공정한 공천’을 요구하는 비주류의 대반격으로 문 대표는 지금 사면초가 상태에 처해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되레 친노가 힘을 얻고 비주류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구심점이 없는 비주류의 대응이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비주류 가운데 ‘호남계’인 박지원 의원은 정말로 문 대표가 생각하는 것처럼 ‘공천권 나누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발언을 했다.
그가 지난 16일 트위터에서 "과거 정당사에 주류 비주류가 6대 4 배분도 했으니 이런 정신으로 협력하라는 선배들의 충언을 지분 공천 나누기로 매도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䃶대 4 배분’이 지켜질 경우 침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비주류의 ‘중도계’인 안철수 의원은 오락가락이다. 행보도 그렇거니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냥 적당히 눈치보다 여론에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가보자는 어정쩡한 태도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나마 비주류 ‘온건파’인 김한길 의원이 화끈한 파이팅을 보이고 있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중도-온건-호남 세력을 한 묶음으로 엮을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이겠는가.
어쩌면 유권자들은 이미 그 구심점으로 손학규 전 고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그의 토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부상 하고 있는 게 그 단적인 반증일 것이다.
만일 친노 패권주의에 맞서는 신당이 탄생한다면, 그 정당은 ‘호남신당’이라는 지역 정당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고, 이념적으로는 ‘중도 신당’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실용노선을 추구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적임자라면 역시 ‘손학규’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그가 지금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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