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혁신호, 출범부터 ‘오락가락’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5-27 12: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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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7일 공식 출범한 가운데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계파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혁신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부터 혁신위원회 활동 기간 중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또 중국 제나라 근교에 있었던 '우산'이 인간의 탐욕으로 민둥산이 된 고사를 언급하며 "권력을 소유하겠다는 패권과 개인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민주연합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당초 김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소속 계파를 아예 공개하는 ‘계파 등록제’를 실시할 것이란 관측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대체 그 짧은 시간에 ‘계파등록제’에서 ‘계파모임 중지’로 180도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사실 엄격하게 말하면 새정치연합 내에 존재하는 계파는 친노계 뿐이다. 친노 계파에 들지 못한 나머지를 뭉뚱그려서 모두 ‘비노계’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친노계처럼 단단하게 결집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안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비노계를 친노계에 버금가는 계파로 분류하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파등록제를 실시할 경우, 친노패권주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 두려워 ‘계파모임 중단’으로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격이다. 김상곤 혁신호 역시 친노 패권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가 됐을 뿐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에서 쓴소리를 잘하는 조경태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문재인 대표와 패권 세력이 건재하다면 혁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친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그는 “혁신위를 만드는 것은 결국 혁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원래 혁신은 소리 소문 없이 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안철수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머쓱해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손 전 고문은 도움 요청을 완곡히 뿌리쳤다. 손 전 고문과 서울대 동문인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은 직후인 지난주 손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했지만 정중히 거절해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이 혁신위에 참여하기만 한다면 혁신위 활동은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이지만 끝내 그를 끌어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의원에게도 전화를 걸어 “열심히 잘해보겠다. 도와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반응은 냉랭했다. 안 의원은 “김 위원장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필요할 경우 제언을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김상곤 혁신호는 당내 비노계로부터 그다지 환영을 받는 모양새는 아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무능력, 무기력, 무책임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혁신위를 통해 정당개혁과 공천개혁, 정치개혁을 이뤄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지금부터 혁신은 시작될 것"이라며 "혁신위의 앞 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혁신위는 오직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로 혁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당원이라는 말도 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평당원협의회 당원들이 문재인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진행하는가하면, 부산지역 당원 240여명은 문 대표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청원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이게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 아닌가?

혹시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위원장이 생각하는 당원은 이런 당원이 아니라 ‘모바일 당원’이나 ‘여론조사 당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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