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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응을 놓고 ‘정치쇼’라는 비판과 ‘지자체장의 당연한 의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4일 밤 10시 40분에 서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시민 1565명과 접촉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1000만 서울시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아니 그것은 ‘공포’였다.
그날 박 시장은 “서울시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직접 서울시장이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불안한 시민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박 시장에 기대를 갖게 됐고, 기자회견은 서울시민에게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박 시장의 메르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바로 다음날 해당 확진 의사가 “박 시장의 대권을 노린 정치쇼”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 시장과 서울시가 병원은 물론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인 자신한테 단 한 번도 사실관계 파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의사는 메르스 감염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 오전이고 그 이전에는 의심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는데 메르스를 전파했다고 하니 의사로서 황당할 따름이라는 말도 했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시에서 발생한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의 직장,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본인의 SNS 상에 공개했다. 이재명 시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6.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 포스팅을 통해 메르스 양성자가 서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이며, 성남시 ○○구 ○○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공개해 버렸다.
한마디로 시장이 자기 관할 내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러자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8일 박 시장과 이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 '아침소리'에 참석해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을 해야 하는데 서로 번갈아가면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이 정말 국민들 보기에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보니 부산시의 경우 아주 대처를 잘 했다. 똑같은 상황을 가지고 어떤 지자체는 언론플레이를 했고 어떤 지자체는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긴밀하게 협력, 협조해 시민들을 안심 시켰다"며 박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이노근 의원은 이재명 시장을 겨냥, "지자체장이란 분들이 SNS를 통해 무책임하게 (정보를) 전파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가져와선 안 된다"면서 "이런 일을 통해 자기 입지를 강화하려는 분들이 있었다. 모 단체장은 마치 영웅처럼 전문지식과 연구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퍼뜨렸다. 이는 전체 질병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태경 의원은 이재명 시장에 대해 "아이들 학교 (이름)까지 공개한 것은 전염병 연좌제"라며 "왕따라든지 심각한 문제로 퍼질 수 있다. 아이들 신상까지 공개한 것은 굉장히 경솔한 것이고 실제로 명예훼손에도 해당될 수 있다. 앞으로 지자체장이나 책임있는 분들은 정말 최소한의 것들만 공개해서 제3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지자체의 특수상황에 따른 독자적인 집행 영역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집단 감염병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은 대중적 불안을 막는 것"이라며 "외부 감염환자 수용 후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추측이 무성해지며 시민들이 불안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침과 어긋나지만 정보를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 SNS의 소요가 진정됐다. 시민의 혼란이 해소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도 “자신의 안위보다 시민의 손발이 되고 시민의 불안과 고통을 대신 하는 게 공직자의 임무”라며 기자회견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듣고 보면 양쪽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정치쇼’라는 주장도 맞는 말 같고, ‘공직자의 임무’라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박 시장과 이 시장이 환자나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것은 유감이다. 두 시장 모두 늘 ‘인권’을 앞세워 왔던 분들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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