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김부겸과 대결?...이건 아니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6-11 15:08:3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아무래도 내년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이 지역은 지난 2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또한 비록 '새누리당 텃밭'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부겸 전 의원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던 지역구이도 하다. 실제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은 40.4%를 득표했고,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선 수성구에서 무려 47.5%를 얻었다. 따라서 김문수 전 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맞붙는다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치열한 선거전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이 흥미롭기 보다는 왠지 씁쓸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 모두 사적으로 친문관계가 있었던 필자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 전에 먼저 김 전 지사가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겠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위가 1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사고당협'으로 분류된 대구 수성갑에 대한 공모 절차를 확정했다.

당협위원장으로 선정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는 점에서 총선 출마의사를 가진 사람이 공모에 응할 것이란 사실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런데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날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직 공모에 참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최근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대구 지역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실제 김 전 지사는 "김부겸 전 의원을 이길 사람이 없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대구 지역 의원들도 모두 출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의 동의도 받은 만큼 내년 총선에 이 지역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심지어 김 전 지사는 현재 대구로 이사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 지역의 터줏대감 격인 이한구 의원도 "김 지사의 출마 결심을 적극 환영한다"며 "다른 후보들이 뛰더라도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는 김문수 지사를 지지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김 전 지사를 지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 전지사의 대구행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 의문이다.
물론 김 전 지사가 수성갑 출마 결심을 굳힌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기반 확보’가 절실했을 것이고, 그러자면 대구 출신인 자신이 ‘TK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내 최대 경쟁자인 김무성 대표가 PK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김부겸발(發) ‘지역구도 타파 시도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변의 만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지사의 선택은 아무래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김 전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박민식 의원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에 가서 준비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시밭길’인데 김문수 지사가 대구로 유턴을 하는 것은 ‘상당히 편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김문수’라면 새누리당 유력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보수 혁신의 아이콘’으로 최근에는 당의 보수혁신위원장까지 했는데, 너무 편한 길만 찾는 것 아니냐는 게 박 의원이 지적이다.

실제 김 전 지사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6월 1주차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5.8%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로는 5위이지만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여권 유력 대선주자다.
그런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너무 ‘편한 길’만 찾는 모습을 보이는 건 실망이다.

사실 김 전 지사는 지난 해 7.30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당시, 당 지도부가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그를 선거에 내세우려고 했으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때문인지 그는 당의 간곡한 출마요청을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서는 그를 향해 ‘개인의 안위보다 당이 우선’이라는 뜻의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이 없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김 전 지사에게 묻고 싶다. 서울 ‘동작을’은 출마해서는 안 되고, 대구 ‘수성갑’은 반드시 출마해야 하는 이유가 정녕 무엇인가. 그것이 대의(大義) 때문인가, 아니면 사욕(私慾) 때문인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