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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청치권에 또 ‘철새타령’이 한창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외 중진과 현직 비계대표 의원들이 출마할 지역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을 빗댄 타령이다.
그 가운데서도 새누리당의 이른바 ‘차기 대권주자’라는 일부 원외 중진들의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정몽준 전 의원의 ‘종로 출마설’이다.
이미 그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다져온 '토착 경쟁자'들의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지지층의 시각 또한 냉담하다.
먼저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를 보자.
그는 지난 2011년 8월,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결국 서울시장직을 도중하차해야만 했다.
그로인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각 구의 구청장, 시구의원 후보들까지 추풍낙엽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야권의 대권주자로 키운 게 바로 오세훈 전 시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손쉽고 편한 길을 찾기 보다는 ‘선당후사(先黨後私, 개인보다 당을 우선)’해야 한다.
즉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무난히 달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철새처럼 기웃거리지 말고, 당을 위해 무게감 있는 상대와 맞대결을 펼치라는 것이다.
그 적임 지역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이다. 두 사람 모두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최대의 관심지역이 될 것이고, 거기에서 승리하면 시장 직을 무책임하게 내던진 것에 대해 사실상 ‘국민의 사면’이 이뤄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노원병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완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 변명이 가관이다.
오 전 시장은 “노원병에 출마하라는 것은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라는 취지의 주문”이라면서 “적어도 국민은 아직 안 의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분이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행보가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새정치연합 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으니, 노원병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져야 한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다. 과연 정당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지 묻고 싶다.
차라리 안철수 의원과 맞상대를 했다가 떨어지면, 대권의 꿈은 고사하고 금배지마저 날아가 버릴까 걱정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몽준 전 의원은 또 어떤가.
오 전 시장처럼 본인이 직접 ‘종로’를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정 전 의원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하는 등 종로 출마채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인사들도 줄곧 종로출마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이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을 떠나 출마한 지역은 서울 동작을이다. 그는 동작을에 출마할 당시 동작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리 두 번 당선 됐다. 따라서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그곳에서 출마하는 게 맞다.
그것이 동작을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고, 정치인의 신뢰를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그것을 정 의원이 정녕 모르고 철새처럼 종로를 기웃거리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면 왜 자신이 지켜야할 동작을 버리고, 종로를 넘보는 것일까?
혹시 동작을에서 나경원 의원과의 경선이 두렵기 때문이라면, 아예 대권 꿈을 포기하고 총선도 포기하라. 국회의원을 일곱 번이나 하면 됐지 한 번 더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과 정몽준 전 의원은 더 이상 종로를 기웃거리지 마라. 종로가 무슨 ‘철새 놀이터’도 아닐 터인데, 왜 그 곳을 넘보는가.
지금 종로에선 이른바 ‘종로의 아들’을 자처하면서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는 박진 전 의원과, 그 지역 당협위원장으로서 터를 닦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가 총선채비를 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들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종로에서의 경선은 그들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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