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血稅가 ‘쌈짓돈’이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6-23 1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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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가 메르스 확진의사와 함께 재건축 총회에 참석했다가 격리된 시민1인당 평균 10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4인 가구에 110만 원, 1인 가구에 40만 원 등 긴급생계비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중앙정부가 아니고 서울시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증상이 있을 때에만 자진 신고하는 수동 감시자로 분류한 이들을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격리 조치했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결국 서울시는 12억 원 전액을 시 예산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예산은 전액 특별교부금으로 조치했다고 한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서울시가 그 많고 많은 자가 격리조치자들 가운데, 특별히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들에게만 시민들의 혈세를 긴급생계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그날, 그러니까 지난 4일 오후 10시 40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삼성병원 의사(35번)가 증상이 심해지고 있는데도 1565명이 참석한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시장의 모습은 무능한 보건당국과 부도덕한 의사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 나선 파수꾼처럼 보였고, 각 언론은 박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의심 없이 전달했다. 물론 박시장은 서울시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박 시장의 기자회견 가운데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너무 많았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박 시장은 35번째 확진자인 의사가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고도 행사에 갔다고 발표했지만, 그는 당시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 박 시장은 해당 의사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14번 환자와 접촉했다고 발표했지만 그는 14번 환자를 진료한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공포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날 35번째 확진 환자인 삼성 서울병원 의사와 함께 서초구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재건축 총회에 참석한 시민은 1189명이다. 이들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자가격리 조치로 열흘 동안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단 한사람도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이 없었다.

실제 이들은 추가 감염자 없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지난 14일 0시를 기해 모두 격리 해제됐다. 결과적으로 그때까지 증상이 없었다는 35번째 의사환자의 주장이 더 사실과 부합하는 셈이다. 적어도 박 시장의 조치가 과도했다는 비난만큼은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에 의해 일방적으로 자가격리조치 된 재건축조합 참석자들의 분노가 박 시장을 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서울시의 이번 긴급생계비 지원 결정은 그들의 입막음을 위해 보상, 혹은 배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즉 서울시민들의 혈세가 박원순 시장의 잘못을 덮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곤란하다. 서울시민들 가운데 자가격리 조치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그들 가운데 유독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들만 골라서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그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어물쩍 넘어 가려든다면, 박 시장은 시민들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특히 자신의 과도한 조치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면, 그것은 우리 서울시민들이 낸 세금에서 떼어낼 것이 아니라 박 시장 사비(私費)에서 떼어내 지원하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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