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환 대자연사랑실천본부 이사장 '한의학 세계화' 앞장

서재빈 / sjb@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5-06-29 13:44: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한의학에 몸 바쳐 살고 있는 변정환 이사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브라질에 한의과대학 세워 '글로벌 韓醫學' 꽃 피울 것"

[서재빈 기자]변정환 (사)대자연사랑실천본부 이사장은 국내 한의학자 최초로 한방종합병원과 한의대를 설립했고,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국내외 귀빈들의 진료를 맡아온 명의로 잘 알려져 있다.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한의학에 대한 열정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변 이사장. 그가 한의학에 몸 바쳐온 시간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자 한다.

1932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난 그는 한의사인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한의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조부는 그에게 한문과 함께 한의학을 전수했다.

당연히 당시 국내에서 유일한 한의대였던 동양의약대(현 경희대)로 진학했고 59년 졸업하던 해 말에 대구 중구의 봉산동에 한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 일대에서 명의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69년에는 세계 최초의 종합한방병원인 ‘제한한방병원’을 설립했다.

변 이사장은 후학양성을 위해 대구·경북 지역의 숙원사업이던 한의대 설립을 위해 백방으로 뛰다가 직접 '대구한의대'를 설립해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80년 대구한의대를 설립한 변 이사장은 98년 6월까지 초대·2대 총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06년 7월~2010년 6월30일 5대 총장을 지냈다.
변 이사장은 자신의 80여년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로 대구한의대 설립을 꼽았다.

현재 대구한의대는 변 이사장의 차남 변창훈 총장이 이끌고 있다.

2013년 8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는 대구한의대를 되살리기 위해 변 총장은 지난 1년간 조직혁신에 올인했고, 그 결과 대구한의대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특성화 대학으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변 총장은 "대학 구조 개혁을 앞두고 ‘감동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 역시 수요자에게 선택을 받는 시대가 왔다. 앞으로의 목표는 대구한의대를 지방 최고의 특성화 대학, 가장 인기있는 명품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과거 한의학이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한의학(韓醫學)'의 첫글자는 ‘韓’이 아닌 ‘漢’이었다.

한국이 아닌 중국의 한의학이란 뜻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를 처음 ‘韓’으로 바꾼 주인공이 변 이사장이다.

그는 “80년 한의사협회장에 취임했을 때 <韓醫의 맥박>이라는 책을 썼는데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漢醫’를 ‘韓醫’로 잘못 쓴 것 아니냐는 거였다”며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펼치는 의학이므로 ‘韓’으로 써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설명했고, 이후 ‘韓醫’라는 말이 굳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 한의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데 앞장선 그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고스란히 시대를 지나오며 국민들의 건강에 자연스레 정성을 쏟게 됐다.

현재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제한한의원’ 역시 ‘모든 생명을 한의학으로 구제’하고 ‘한의학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분석’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또 한의원을 종합병원으로 만들고자 의료관계법 개정에도 앞장서는 등 한의학의 현대적인 발전을 위해 애써 '보사부(보건사회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우리 민족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자산 중의 하나가 한의학”이라며 미래 성장산업으로도 무궁한 발전성을 가지고 있는 한의학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재 그는 <동의보감>을 새롭게 현대에 맞춰 수정·보완하는 데 힘쓰고 있다.

400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현대에 맞게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변 이사장은 <21세기 동의보감>이란 제목으로 한·중·일 3개 국어로 출간할 예정이다.

변 이사장은 대구한의대 설립 당시부터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한의학이 세계적인 의학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그는 “한의학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한의대 설립에 매진했다.

이후 국제동양의학회 초대·2대 회장을 지내면서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또한 그는 2012년 10월 브라질을 방문해 한의학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브라질 사람들이 한의학을 선호하는 만큼 그곳에서 한의학을 꽃피울 수 있도록 전세계에 보급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추후 그는 브라질은 물론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한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변 이사장은 총장 퇴임 이후 대자연사랑실천본부 이사장을 맡게 되면서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대자연사랑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기후변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인간에게 심각한 재해이며 국민들에게 이에 대한 자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전파하는 게 대자연사랑실천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문명의 이기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며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간은 자연을 함부로 쓰거나 파괴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인식은 다음 세상의 주인이 될 청년들이 꼭 가져야 할 가치이다. 언어·피부·국적·문화가 달라도 같은 지구촌에 사는 청년들이 이러한 생각을 나누고 교류를 넓혀가기 위해 '세계청년대자연사랑축제'는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위한 학문인 한의학을 익히면서 사람과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그는 2004년부터 개최해온 세계청년대자연사랑축제를 통해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 이사장은 “세계 30여개국에서 5000명의 외국인이 참가하는 이 대회를 통해 전세계에 '한의학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의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위기가 닥칠수록 일보 전진해서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후퇴만 하다보면 나중에 갈 곳이 없다”며 “우리 한의인들이 움츠리지 말고 이 난국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중국어·일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하는 변 이사장은 최근 포르투갈어도 공부 중이라고 밝혔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변 이사장의 모습에서 ‘글로벌 한의학’이 실현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변 이사장은 50년 넘게 맥을 짚어왔음에도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 있다며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쉰이 넘었을 때도 보건학 공부에 매진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또 좋은 약재, 구하기 어려운 약재를 얻기 위해 직접 재배에 나서기도 했으며 후학양성을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모았던 100만권에 이르는 장서를 기부하기도 했다.

학계에서 은퇴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강의 요청이 오면 어떤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한방의 글로벌·과학화를 위해 쉼없이 달려가는 그의 진심어린 마음이 전세계인에게로 통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재빈 서재빈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