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親朴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6-30 11:36:1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한 때 20%대까지 떨어지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22∼26일 전국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4주차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p)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2일부터 떨어지더니 급기야 24일에는 29.9%를 기록하며 2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하루 뒤인 26일엔 무려 7.5%포인트나 올라간 37.4%로 급격히 상승세를 탔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대구·경북, 50대, 새누리당 지지층, 보수층 등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크게 올랐으며, 메르스 사태 등으로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충청권과 호남권, 20대와 40대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났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긴급 찬반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를 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46.8%, ‘반대한다’는 응답이 41.1%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1%였다.

사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협상 과정에서 그와 아무 관련 없는 ‘국회법 개정안’을 억지로 끼워 넣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입법독재’라는 야합을 한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위헌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할 듯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요구’를 ‘요청’으로 달랑 한 글자만 바꾼 중재안을 제멋대로 합의한 잘못은 더욱 크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여당 원내 사령탑의 잘못을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여론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친박 의원들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주장엔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CBS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8일 이틀간 긴급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0%p)를 실시한 결과,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사퇴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5%로 집계됐다. 반면 `공감한다`는 대답은 32.9%에 그쳤다.

친박계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이 25%p 이상 높은 셈이다. 8.6%는 모른다고 하거나 대답하지 않았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원내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3.8%로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38.4%)을 크게 앞섰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유승민 원내대표가 잘못했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친박계의 유승민 사퇴 주장에 대해선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런 민심은 모순(矛盾)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되레 정치를 보는 국민의 안목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 그런가.

우선 박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질책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입법독재’를 꿈꾸는 여야 정치권에 대해 ‘국민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장이자 국가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반면 친박계의 유승민 사퇴공세는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 문제나 친박 지분 문제를 의식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처음엔 친박계도 찬성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국민들 눈에 곱게 비춰질리 만무하다.

한마디로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이런 거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잘못이 큰 만큼 스스로 물러나 주기를 바라지만, 일부 친박계가 계파 욕심 때문에 “유승민 물러나라”고 큰소리치는 모습은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와는 반대로 ‘유승민 일병 구하기’에 나선 김용태 의원 등이 “유승민 원내대표가 무슨 했느냐”며 무조건 감싸는 모습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다.

그 모습이 마치 내년 4월 총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원내대표에게 손바닥을 비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친박이건 비박이건 이제 더 이상 이런 목소리를 당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유 원내대표가 어차피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결단의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자칫 책임론을 회피하는 ‘새누리당 문재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