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非盧 연합신당’나오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7-02 15: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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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론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는 동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 이후 극심한 갈등양상을 보이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른바 ‘러브샷’을 하는가하면, 최 사무총장과 같은 날 임명된 뒤 엿새나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았던 비노측 김관영 수석사무부총장 등 신임 당직자들이 모두 최고위원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적어도 여권 내전으로 인해 새정치연합의 내분은 다소 묻히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여당의 권력 투쟁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야당마저 분열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작동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부 갈등요인이 소멸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적 요인에 의해 이뤄진 휴전인 만큼, 다시 친노와 비노간 격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새정치연합의 휴전은 한마디로 곪아터진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덮어버린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봉합된 상처는 언젠가는 덧나게 돼 있다.

박지원 의원이 "잠복기가 더 무섭다"며 뼈있는 일침을 가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미 그런 모습이 포착됐다.

실제 새정치연합 김동철 의원이 지난 달 30일 ‘비노(非盧)연합 신당 창당’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것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강창일·김영환·신학용·주승용 의원 등 비노계의 각 분파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발언이었다.

실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 의원에 따르면 당시 김동철 의원은 “당 혁신이 제대로 안 될 경우 ‘혁신 정당’을 새로 만들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생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그의 발언에 깜짝 놀랐지만 대체로 수긍했다는 점이다.

이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나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호남신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또 정대철 상임고문 등 사실상 현실정치에서 멀리 떠난 당 원로급 인사들이 가끔씩 모여 신당을 거론하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사실 호남 신당은 전국적인 파괴력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남에서도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해 ‘호남 자민련’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정대철·김상현·이용희 등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들이 지난 달 29일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고 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조차 실패 했다. 구시대 정치인인 그들이 무슨 동력이 있어서 신당을 창당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동철 의원은 당내 중도성향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핵심 멤버다.

여기에는 조경태, 주승용, 황주홍, 유성엽, 김영환, 문병호, 이종걸, 안민석, 신학용, 노웅래, 민홍철, 이낙연, 이상민, 이언주, 오제세, 전순옥, 전정희, 정성호, 최원식, 김승남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지역 출신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심지어 조경태 의원과 같은 영남권 의원도 민집모 멤버다. 노웅래 의원 등 김한길 전 공동대표 계열 의원 등도 있다.

만일 이들이 ‘비노연합신당’창당을 추진하면 그 파괴력을 실로 대단할 것이다. 호남신당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전국 신당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장 호남에서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든 세력들, 즉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등이 그 우산 안으로 들어 올 수밖에 없다. 물론 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급 정치인들 역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비노연합신당’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새로운 신당’, 나아가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새로운 야당’의 중심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럼에도 누구를 간판으로 내세우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최소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 만한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민집모 현재 멤버 중에는 그럴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물론 현재 호남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도 간판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간판이 없으면,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따라서 비노연합신당의 성패는 그 간판을 찾는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혹시 김동철 의원은 전남 강진의 ‘은둔거사’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그 간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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