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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맞대결을 펼치는 양당구도가 아니라 다당 구도로 선거가 진행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그 결과를 논하기에 앞서 정계개편 가능성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일단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호남 신당론'과 새정치연합 비노계 중심의 '중도연합신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발(發) ‘새판 짜기’가 이미 시작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천정배 의원은 최근 새정치연합 소속 수도권 출신의원 5명을 만나 ‘향후 야권 재편 과정에서 함께 힘을 합치자’는 일종의 영입 제안을 하는 등 신당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천 의원은 최근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신당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과 별도로 신당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 ‘호남 주도가 아닌 ’비노 연합 신당설‘은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혁신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새정치연합이 국민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없다면 대체하는 정당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비노연합신당’은 앞서 손학규계 김동철 의원이 지난달 30일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창일·김영환·박지원·신학용·주승용·최원식 의원 등 이른바 비노계 중진 의원 8명이 참석한 회동에서 거론한 바 있는 신당론이다.
9일에는 구체적인 탈당선언이 나오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중앙당 당직자 출신들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소속 당원 50여명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탈당선언에 앞서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과 접촉해왔으며, 지난 해 10월부터 순천 전주 서울 제주 광주 해남 등 6개 지역에서 대규모 강연회를 여는 등 중도개혁을 표방한 신당창당 준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희망시대 회장은 손학규 전 대표 시절에 통합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역임한 정진우 씨다.
정진우 회장은 탈당배경에 대해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에서 나온 2차 혁신안을 보면 4ㆍ29 재보궐선거에 대한 책임은 없고 문재인 대표의 독재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이제 정당으로서 기능을 다해 대안 정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야권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당’과 손학규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비노당’으로 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권은 어떤가. 가능성이 야권처럼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0%’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이날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친이계 핵심인 중진 의원이 “개혁적 보수인 우리당 내 비박계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를 물밑에서 많이 하고 있다”며 “지금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양당보다는 4당 체제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신문은 파문을 예상하고 그 중진 의원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개헌론자’이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당내 여러 의원들에게 이 같은 정계개편안을 설파했다는 것으로 보아 어렵지 않게 그가 이재오 의원이라는 것을 추측해 낼 수 있다.
이게 현실로 이뤄질 경우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친박당’과 이재오 의원 중심의 ‘친이당’으로 나눠지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당’‘이재오당’‘문재인당’‘손학규당’의 4당구도의 선거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선 ‘친박당’의 선거결과를 예측해 보자. 영남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우나 고우나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이후를 담보할 차기 대통령 후보감의 부재로 인해 다른 지역까지 지지 폭을 넓혀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당’은 어떨까?
여당의 전통 텃밭인 영남권은 물론 충청-강원권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물론 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외면 받는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이다. 고작해야 수도권에서 몇 석을 얻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문재인 대표 중심의 ‘친노당’은 어떨까?
친이당 보다야 조금 낫겠지만, 영남에서는 친박당에게 밀릴 것이고, 호남에서는 ‘비노당’에 밀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비노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손학규 전 대표 중심의 ‘비노당’은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호남지역의 전폭적인지지, 그리고 수도권 지역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 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하다. 현재 상황에서 여권이 분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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