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괴담, 유포세력 무얼 노리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8-16 12: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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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토론방에 ‘휴전선 지뢰 폭발은 우리 측의 자작극으로 확신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처음엔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의 망상(妄想)으로 치부해도 될 정도의 아주 수준 낮은 글이어서 그냥 무시해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마치 그 글이 무슨 신호탄이라도 된 듯, “천안함 때처럼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면서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보수세력의 음모”라는 취지의 괴담이 인터넷상에 잇달아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은 도발 유형을 놓고 볼 때 천안함 폭침(爆沈)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여러 정황상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영상 등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천안함 때처럼 치고 빠진 뒤 “모른다”고 발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우리 합동조사단이 현장에서 수거한 구부러진 모양의 용수철과 공이의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괴뢰들이 수거한 우리 군대의 지뢰들을 폭파 제거할 대신 고스란히 보관해뒀다가 여러 곳에 매몰해놓고 이런 모략극을 날조해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즉 목함지뢰 폭발은 자신들이 한 짓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인터넷상에는 북한의 황당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글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지금 인터넷상에서는 이념대결 양상의 댓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북한군 목함지뢰가 아니라 우리군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부터 우리 군의 '자작극'이라는 주장까지 근거 없는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16일에는 "북한의 주장이 국방부의 해명보다 몇 배는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에 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또 어느 네티즌은 "지뢰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있느냐"면서 "미국 놈들이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라'고 하고 그에 충실히 따르는 것 같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즉 우리 합동조사단의 이번 사건 조사 결과가 미국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북한이 담화에서 M-14 대인지뢰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이번 사건이 북한의 목함지뢰가 아니라 우리 군의 M-14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돌고 있는 마당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실제 이날 인터넷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했다”며 "이번 사태로 누가 더 이득을 봤는지 생각하면 (누구의 소행인지) 답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동조하는 취지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당국의 발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일방적인 입장 발표를 계기로 근거 없는 괴담이 나도는 것은 북한이 의도하는 '남남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야당도 천안함 때처럼 황당한 주장을 하지 않고 있는 마당 아닌가.

사실 천안함 폭침 당시 야당에서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 “천안함은 좌초된 후 절단된 것”,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양심선언이 곧 도처에서 나올 것”이라는 황당한 발언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우린 군이 “DMZ 목함지뢰 매설은 북한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묵과하기 어려운 도발”, “북한 당국의 분명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한다”며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 역시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아마도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도발 등을 거치면서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는 되레 비판을 받을 것이란 점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상식이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옛 통합진보당 때처럼 일방적 종북은 더 이상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인터넷상에 괴담을 올리는 네티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거나 아니면 종북 세력으로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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