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 ‘갑질’역겹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8-18 13: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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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년실업 급증으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으나 국회의원들의 자녀는 예외인가보다.

실제 여야 국회의원들이 아들 딸 특혜채용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딸의 특혜 채용 의혹으로 위기에 처했다.

윤 의원이 국내 유수 대기업에 로스쿨을 갓 졸업한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는데, 본인의 지역구 내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기업의 대표이사에게 전화하여 딸의 취업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대기업은 당초 4년 이상의 경력직 변호사 한 명을 채용할 예정이라는 공고를 냈으나 실제로는 경력이 없는 윤 의원의 딸을 포함하여 두 명의 변호사를 채용했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능력’보다 ‘배경’때문에 채용됐다고 의심할 만하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당초 “(취업)부탁한 것은 아니고 딸 아이가 지원했다는 사실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알렸을 뿐”이라며 “(딸은)학부에서 올 A를 맞을 정도로 우수하다”고 반박하는 등 특혜의혹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 의원은 뒤늦게 지난 15일에야 SNS를 통해 “저의 딸 채용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면서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저의 부적절한 처신을 깊이 반성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변호사 724명은 18일 “윤 의원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청목 소속 나승철 변호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후덕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이 지위를 남용해 직위의 취득을 알선한 것으로, 헌법 제46조 제3항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행위다.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윤 의원은 대한민국이 공정한 기회의 나라라는 믿음을 훼손시켰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우리 젊은이들의 소박한 희망을 무너뜨렸다”면서 “앞에서는 개혁, 뒤에서는 청탁,이 모순에 대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통절한 반성과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변호사들이 직접 국회의장에게 징계 요청을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의혹이 새누리당에서도 발생했다.

김태환(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 등 법조인 572명이 지난 13일 정부법무공단에 김태원 의원의 아들 K씨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채용 당시 서류심사 및 면접 평가기준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법무공단은 2013년 9월 경력변호사 채용 당시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로 공고를 냈다가 두달만에 '2010년 1월1일부터 2012년 3월1일까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법조경력자'로 변경했다. 그것이 재판연구원 출신 K씨를 염두에 둔 공고가 아니겠느냐는 의혹이다.

채용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과 K씨의 아버지 현직 의원은 같은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친분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김 의원은 이날 "취업 특혜는 전혀 없었다"며 "만약에 조금이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결백을 호소했으나 파문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자녀뿐만 아니라 친인척도 특혜채용 의혹을 받은 일이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중진인 문희상 의원도 처남의 대한항공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문 의원은 200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 김모씨 취업 청탁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의원은 조 회장의 경복고 4년 선배다. 청탁 이후 김씨는 미국 회사인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취업했으며, 김씨는 그 회사에서 근무하지도 않았지만 2012년까지 급여 명목으로 74만7000달러(한화 약 8억원)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6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재무팀, 한진 법무팀을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앞에서는 ‘특권 내려놓기’를 선언하면서도 뒤에서는 이렇게 갑질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횡포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에 대해 혐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런 민심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면서 ‘제 3의 정당’을 기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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