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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사법부 흔들기’가 꼴사납기 그지없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앞둔 20일 오전,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사실상의 총동원령을 내렸다.
의원들에게 이날 대법원에 단체로 몰려가서 가서 방청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대법관들에게 자신들의 금배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일종의 압력을 가하라는 뜻일 게다.
실제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방침 등을 언급하며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공안탄압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야당 의원들은 범죄사실이 드러나거나 혐의가 있더라도 법원이 재판을 하거나 검찰이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대단히 위험하다. 아무리 많은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제1야당의 원내 지휘사령탑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범죄혐의가 있는 소속 의원들을 두둔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재판을 하거나 수사를 하면 ‘공안탄압’이라고 핏대를 세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한명숙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경선 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재판에 넘겨졌고, 2심에서 징역 2년·추징금 8억8000여만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날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떼거리로 대법원에 몰려가 시위했음에도 결국 한 전 총리는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
만일 새정치연합이 도덕성을 중시하는 정당이었다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그를 옹호할 게 아니라 되레 출당조치 등 강경한 징계를 내렸어야 옳았다는 판단이다.
또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문희상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문 의원은 지난 200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 김씨의 취업을 부탁했고, 조 회장은 미국 회사인 브리지 웨어하우스 대표에게 취업을 부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의원은 조 회장의 경복고 4년 선배이며, 김씨는 그 회사에서 근무하지도 않았지만 2012년까지 급여 명목으로 74만7000달러(한화 약 8억원)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 남부지검은 최근 문 의원 소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은 이번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 아니라 이미 작년에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실제 작년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는 문 의원의 처남 김모씨가 문 의원과 자신의 누나이자 문 의원의 부인 A씨를 상대로 낸 12억227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문 의원이 처남 김씨의 취업을 대한항공에 알선한 사실을 인정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은 문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강경한 징계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했는가.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성 총무본부장,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 전해철 국회 법사위 간사 등은 지난 18일 문희상 의원과 함께 비공개로 검찰 수사에 대한 대책 회의를 했다고 한다 . 그 자리에는 문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당시 사무총장을 했던 조정식 의원과, 전략홍보본부장을 했던 문병호 의원도 참석했다고 한다.
마땅히 징계 받아야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당 거물급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몰려 대책회의까지 했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과연 이런 정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무원연금개혁 당시 야당은 행정부를 뒤흔들기 위해 이른바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걸 슬쩍 끼워 넣은 전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독재’음모가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국회의원들의 갑질 횡포가 얼마나 심했을지 생각만 해도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엔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사법부를 흔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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