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6일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새정치연합 대변인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시대적 절박감과 사명감으로 이번 기회에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면서 "소선거구제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가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먼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바꾸더라도 똑같은 국회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한시적으로 중선거구제를 했던 적이 있고, 그 때는 선거구별로 2명을 뽑았다"며 "하지만 2명을 선출하면 새누리당 우세지역에서는 새누리당만 2명, 새정치연합 우세지역에서는 새정치연합만 2명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구마다) 3~5명 정도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안 의원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필자 역시 공감하는 바다.
사실 필자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제 재편을 결정할 당시 여야 정치권에서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필자와 사사건건 의견이 엇갈리는 새누리당 친이계 이재오 의원도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시대의 화두가 통합인데 다당제가 정착돼야 연정을 통한 통합형 정치를 할 수 있다”며 "다당제 정착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마당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도 “현재처럼 소선구제가 되면 0.1%를 이겨도 독점해버린다”며 “중대선거구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패권주의에 따른 영호남 갈등을 완화하고 승자독식에 따른 사표방지 등을 위해선 중대선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벌써부터 있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안 의원의 ‘소선거구제 폐지, 중선거구제 도입’제안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의 제안이 ‘뒷북제안’점에서 허탈하기 그지없다.
정치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 안 의원은 그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정치초년생이 지니고 있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내년 4월 치러질 20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총선룰'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5일 선거법심사소위를 열어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기준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정의당의 강한 반발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27일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처리키로 했지만 그날 정말 100% 처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의당이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수 결정권을 선거구획정위에 일임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가 지역구 통폐합으로 위기에 내몰린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13일까지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의 기준을 마련해 제시해 줄 것을 재차 촉구했으나 이마저 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새롭게 중대선구제 개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 즉 물리적으로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중대선구제 도입 주장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미지 포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 그는 너무나 노회한 정치꾼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때는 ‘안철수 현상’을 기대하며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 의원이 ‘노회한 정치꾼’이기를 바랄까?
아니면 차라리 아는 게 없어서 잦은 실수를 하는 ‘정치초년생’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튼 안 의원이 조금 더 일찍 이런 판단을 하고 당론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 제안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나저나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이 문제의 본질이자 핵심인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득권, 즉 자신의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여야 의원들의 추악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