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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이 지난 26일 작심한 듯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선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정치권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실제 27일 여야 모두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안 전 대표가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면서 “현 소선거구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의원 300명을 전원 바꾸더라도 똑같은 국회의 모습이 될 것”이라며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촉구했으나, 여야 당 지도부가 소 닭 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안 전 대표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8%의 지지로 8주 연속 선두를 지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0.1%포인트 상승한 17.3%로 2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5%p 오른 14.4%로 3위를 각각 유지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0.6%p 하락한 6.7%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6.6%,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5.0%,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4.0%, 안희정 충남지사 3.6%, 홍준표 경남지사 3.1%,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3.0% 등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무성 박원순 문재인 등 ‘빅3’후보 대열에 끼지 못한 채 ‘토토리 주자’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때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현상’이 점차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늘 자신의 입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강 구도의 진영 정치, 낡고 부패한 틀을 깨겠다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얘기를 해 놓고 그냥 합당해 버릴 때 이미 ‘안철수 현상’의 소멸은 예고된 것이다.
사실 안철수 현상은 ‘반(反)MB 비(非)민주’정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대상이 반드시 안철수라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을 했고, 결국 대선후보에서 ‘철수(撤收)’하더니, 신당에서도 ‘철수(撤收)’하고, 급기야 민주당과의 전격 합당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 결과 안 전 대표는 ‘도토리 주자’로 전락하고 정치권에서는 아예 존재감마저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 현상’이 소멸되면서 ‘손학규 현상’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지난 해 7.30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텃밭’에 나섰다가 정치신인에게 패하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지금은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인근 백련사 뒷산 토굴(흙으로 지은 집)에 둥지를 틀고 지낸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국민들은 지금 그의 은퇴선언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7.30재보궐선거 낙선자 중 가장 아쉬운 인물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손 전 대표는 지금은 죽은 듯 보이지만 언제 부활할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것이 ‘손학규 현상’이다.
그러면 ‘손학규 현상’이란 무엇일까?
안철수 현상이 ‘반MB 비민주’정서에서 비롯됐다면, 손학규 현상은 ‘반(反)친노 비(非)새누리’정서가 반영됐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안철수 돌풍이 일던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는 20%대로 추락했었다. 그럼에도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은 집권당 지지율의 반토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래서 국민은 새로운 인물의 탄생을 고대했고, 그 때 국민의 뇌리에 스친 것이 바로 안철수 전 대표였던 것이다.
반면 손학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마당이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4일 현재 45.9%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이번주 안에 50%를 넘어 대선당시 득표율(51.6%)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고작 20%대에 불과하다. 국민이 완전히 등을 돌린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거대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심이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를 애타게 부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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