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학규 구원투수론’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8-31 14: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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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퇴진론에 시달리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일단 비노계를 끌어안는데 성공했다.

실제 문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특위위원장에 앉힌데 이어 박지원 전 원내대표마저 품으로 끌어들여 한반도 평화·안보특위 위원장직을 맡겼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사퇴 108일만에 수석 최고위원직에 복귀했다.

이로써 한동안 당내에서 봇물처럼 제기됐던 ‘신당 창당론’도 주춤거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신당창당에 자신감을 보였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마저 창당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로써 문 대표는 외형상 제 1야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안철수 의원마저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이) 굉장히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고백할 정도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정당지지율이 문제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1야당 지지율이 집권당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이 낮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ㆍ응답률 20%)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도 44%, 새정치연합 21%로 집계됐다. 여당 지지율이 제1야당 지지율보다 무려 두배 이상 높은 것이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25∼26일까지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9%p, 응답률은 6.99%) 결과는 더욱 참혹하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 46.0%, 새정치연합 14.6%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3배 가까이나 됐다.

이쯤 되면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당내에서 손학규 전 대표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재임 당시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를 방문했던 박영선 의원은 31일 한 방송에 출연,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가) 국민적 바람"이라며 “(정계 복귀 가능성은)50대 50으로 보지만 복귀론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박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국민들이 바라는 무언가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야당 지도자를 찾는 강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손 전 대표가 앞으로 분명히 할 역할이 있을 것"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9일 대전 동구 청소년위캔센터에서 연 자신의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 북콘서트에서도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손학규는)한나라당에서 건너오신 분이지만 극보수와 극진보가 아닌 새로운 진보를 모색한 분이다. 복귀한다. 복귀해서 다시 뭉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같은 당 중진 안민석 의원도 한 방송에 출연, “시대적인 요구와 흐름이 손 전 대표의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와 역사가 요구하면 나오셔서 세상 사람들의 딱하고 궁핍한 이 세상을 조금 더 바르게 잡을 정치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의원은 “(손학규는)기본적으로 통이 크신 분이고, 친화력이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지금 내부가 여러 가지 정파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금의 상황보다는 훨씬 큰 통합의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나 안 의원의 발언은 결론적으로 새정치연합이 어려우니 손학규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리더십’으로 구원투수가 돼 달라는 뜻이다.
참으로 염치가 없는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손 전 대표는 이미 새정치연합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이른바 ‘선당후사’정신으로 분당대첩에 뛰어들어 기적적인 승리를 일구어냈고,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제1야당을 살려 놓았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손 전 대표가 그토록 고사했음에도 지난 해 7.30 선거 때에는 새누리당의 전통 텃밭인 수원에 출마하도록 해 그를 사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그에게 그런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손 전 대표는 지금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시골에서 모처럼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 그에게 승리의 ‘마무리 투수’도 아니고, 또 다시 ‘구원투수’가 되어 달라는 요구는 너무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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