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 향해 칼을 뺐다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9-15 14: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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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유력 대권자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 싸움이 제법 볼만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반영된 탓일 게다.

흔히 약자와 강자의 대결에서 약자가 이겼을 때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고 빗대어 말한다.

이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다윗은 평범한 양치기 소년에 불과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무기라고는 자신이 짐승을 쫓거나 잡을 때 사용했던 물맷돌이 전부였다.

반면 그의 상대인 골리앗은 갑옷에 창과 방패까지 착용한 구척장신의 거인이었다. 그런데 그 싸움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다윗이 승리한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싸움에서도 그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에 앞서 우선 누가 골리앗이고 누가 다윗인지부터 정리해보자.

당권을 장악하고, 그로 인해 혁신위원은 물론 당 조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문 대표가 ‘거인 골리앗’으로 분류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당내에 뚜렷한 지원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양치기 소년 다윗’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런데 그 양치기소년이 골리앗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안 의원이 문 대표에게 중앙위원회 무기한 연기 및 재신임투표 취소를 요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이 같은 요구를 마치 철없는 아이의 도발쯤으로 생각하는 듯 단칼에 잘라버렸다.

실제 문재인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을 통해 그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훈수로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문 대표는 비록 “저도 마찬가지”라고 토를 달기는 했으나, “새정치의 상징인 안 전 대표님도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로 안 의원의 심기를 긁어대기까지 했다.

어디 그뿐인가.

문 대표는 안 의원이 ‘혁신은 실패했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혁신안이 미흡한 부분은 앞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며 ”혁신위나 당대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안 의원의 요구를 모두 거절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앙위 개최연기를 요구한 안 의원에 대해 문 대표는 “답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문 대표는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중앙위원회 개최가 의결됐고, 이미 중앙위가 소집됐는데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면서 “당 대표에게 그럴 권한이 있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재신임투표 취소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오히려 제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추석전 재신임 투표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안철수, 너는 떠들어라. 나 문재인은 내 갈 길을 간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안 의원이 보다 분명하고 강경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안 의원이 보인 반응은 지켜보던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나 맥 빠지게 만들었다.

실제 안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혹시 (문제를) 권력다툼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라면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기는 했으나 사실상 그게 전부였다.

그의 이날 발언의 핵심은 "중앙위를 연기해주거나 (중앙위를 열게 되더라도) 그날 안건(혁신안) 처리를 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며 "물론 재신임 연계도 취소해달라"고 거듭 주문한 것으로, 전날 요구에서 한 발짝도 진전된 게 없다. 굳이 진전된 것을 찾는다면 “문 대표와 오늘 중이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담판의사’를 밝힌 정도일 것이다. 물론 문 대표는 이런 요구에 대해서도 묵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안 의원이 괜히 섣부르게 칼을 빼들었다가 망신만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는가하면, 박주선 의원도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새정치연합에 머무를만한 명분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탈당을 결행할 수가 없다. 짧은 정치 일정에 비해 그동안 너무나 많은 ‘철수(撤收)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이런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는 탓일 게다. 그나저나 섣불리 칼을 빼들었다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안 의원의 사정이 딱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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