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손학규를 주목하는 이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1-03 11: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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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2.9%에 불과한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를 유력주자로 꼽는가?”

사실 정치공학 적으로 보자면 현재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어느 날 ‘숨은 진주’찾기에 나선다면, 그게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그는 정치부 기자들이 꼽은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에 늘 거론됐던 정치인이다.

실제 '미디어오늘'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전국 신문과 방송 기자 34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상자의 22.3%가 손 전 대표를 꼽았다. 당시 2위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MB(이명박)이지만, 그 지지율은 10.4%로 손 전 대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정치부 기자들은 일반국민보다 정치인들의 도덕성, 인물 됨됨이, 능력, 성품 등에 있어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䃱위’로 꼽았다면, 믿을만한 정치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실제 최근 <주간경향>이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분석한 결과,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토굴에서 생활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1위에 올랐다.

손학규 전 대표는 총점 500점에서 379점을 받았고, 그 뒤를 이어 안희정 충남도지사 342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326점, 박원순 서울시장 317점,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308점을 받았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300점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점수인 295점을 받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각각 293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282점을 받는 데 그쳤다.

2017년 대선에 대해 뚜렷한 의지를 표명한 일도 없고,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달라’며 대권주자 레이스에서 사실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손 전 대표의 어떤 매력이 이처럼 전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지난 2007년 2차 민심대장정길에 오른 손 전 대표가 전남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를 방문해 지하 500미터 갱에서 오전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 필자는 “이건 코스프레가 아니다”라며 “이런 진정성을 몰라준다면 우리는 유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필자의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큰 울림이 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 머잖아 유권자들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기가 올 것 같다.

바로 4.13 총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측이 이른바 ‘제1야당’자리를 두고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양쪽 모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상처를 싸매고 보듬어 안아 줄 사람은 양 쪽 싸움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손 전 대표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갈등을 자파 세력 심기의 호기로 활용하느라 문재인 대표와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박 시장의 총선 지분은 5석 미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연이은 탈당과 제3신당 창당 가속화로 인물난을 겪고 있는 당내 사정이 박 시장 측근들에게 호기가 되고 있다.

실제 박 시장 측근들의 4.13총선 출마선언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야권통합과 중재역할을 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할 사람은 손 전 대표 한 사람 밖에 없다. 그가 강진에서 나와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저녁이 있는 삶’을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그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상승세를 타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차기 총선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한 유권자의 심리가 작용, 차기 대선은 되레 야권후보가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이게 2.9%의 손학규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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