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토르 이적 벤슨 헨더슨, UFC에서 남긴 기억은?

서문영 /   / 기사승인 : 2016-02-04 08: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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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외부제공)
한국계 파이터 벤슨 헨더슨이 타 단체로 공식 이적했다. 헨더슨은 지난 2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UFC에서의 활동을 마감하고 앞으로 벨라토르 MMA에서 활동하게 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쥬파(Zuffa) 산하에 있던 WEC에서 2009년부터 활동한 헨더슨은 2009~2010년 WE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바 있으며, 2011년부터 WEC가 UFC로 흡수되면서 옥타곤으로 전장을 옮겼다.

UFC에선 2012년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한 뒤 3차 방어까지 성공하는 등 선수로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엔 웰터급에 데뷔해 2승을 신고했다. 헨더슨은 UFC에서 약 4년 반 동안 활동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헨더슨은 주한미군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부친과 버스 안내양 출신의 한국인 모친 김성화 씨 사이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난 한국계 혼혈 파이터다. 어린 시절 태권도를 수련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레슬링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2006년 22세의 나이에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한국인 모친 밑에서 성장한 그는 한국인 엄마의 사랑은 늘 각별하다고 강조하며 본인 역시 전사, 힘, 명예라는 한글 문신을 새기는 등 자신이 한국계임에 떳떳했다.

특히 헨더슨으로선 UFC의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해 11월 UFC FIGHT NIGHT 서울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첫 UFC 이벤트로 기록된 UFN 서울은 헨더슨이 오래 전부터 바라던 대회였다. 메인이벤트에 나섰던 헨더슨은 당시 호르헤 마스비달에게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11승 3패의 성적
2011년 헨더슨이 UFC로 이적할 때만 해도 많은 기대를 받지 못했다. 당시엔 WEC 챔피언이 UFC의 10위권 선수와 비교될 정도로 두 단체의 격차는 존재했다. 데뷔전 상대 역시 UFC 라이트급의 10위권에서 활동하던 마크 보첵이었다. 그러나 헨더슨은 UFC에 입성하자마자 연승행진을 달리면서 WEC 돌풍을 일으켰다. 짐 밀러, 클레이 구이다, 프랭키 에드가, 네이트 디아즈, 길버트 멜렌데즈를 연파했다.

이후 앤서니 페티스와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패하며 주춤했지만 조쉬 톰슨과 루스탐 하빌로프를 제압했고 웰터급에서도 2승을 챙기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UFC에서의 4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헨더슨은 라이트급에서 9승 3패, 웰터급에서 2승의 전적을 쌓았다.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3회,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1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5대 라이트급 챔피언
헨더슨의 최대 업적은 라이트급 챔피언 등극이다. UFC에 입성해 라이트급 TOP 10 선수 세 명을 차례로 격파한 헨더슨에게 타이틀 도전권이 주어졌고, 2012년 2월 일본에서 열린 UFC 144에서 프랭키 에드가를 꺾고 5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엔 에드가와의 리턴매치에서도 승리했으며, 네이트 디아즈와 길버트 멜렌데즈를 누르고 3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헨더슨 이전의 라이트급 챔피언은 초대 챔피언 젠스 펄버를 비롯해 션 셔크, 비제이 펜, 프랭키 에드가가 있다. 특히 헨더슨은 현재까지 에드가에게 2패를 안긴 유일한 선수로 기록된다.

4차례의 스플릿 디시전
헨더슨의 경기 중엔 유독 팽팽한 판정승부가 많았다. 프랭키 에드가와의 2차전을 비롯해 길버트 멜렌데즈, 조쉬 톰슨, 호르헤 마스비달과의 경기가 심판 채점 2대 1로 승부가 가려졌다. 경기 내용을 본다면 에드가와의 1차전이나 도널드 세로니와의 3차전도 충분히 2대 1 판정승부가 나올 만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판정하기 어렵도록 애매한 승부가 나올 때면, 웃는 쪽은 거의 헨더슨이었다. 에드가와의 1차전은 누구의 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고, 2차전은 에드가의 승리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며 조쉬 톰슨과 길버트 멜렌데즈, 호르헤 마스비달과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승부의 희생양이 된 적도 한 번 있다. 약 1년 전 벌인 세로니와의 3차전이 그랬다. 당시 헨더슨은 영리한 운영으로 경기를 리드했음에도 결과는 세로니의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이었다. 이런 접전 양상의 경기가 잦아지자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과거 "전형적인 헨더슨의 경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천적 앤서니 페티스에게 당한 두 번째 패배
UFC에서의 활동 중 가장 크게 아쉬움이 남는 경험을 꼽자면 앤서니 페티스에게 당한 패배가 단연 압도적이다. 헨더슨은 타이틀 3차 방어까지 성공한 뒤 4차 방어전에서 페티스를 만나 서브미션에 좌절했다. 페티스의 타격에 고전하다가 1라운드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암바에 항복했다.

이후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당한 첫 KO패보다 훨씬 쓰렸다. 무엇보다 그 경기에는 타이틀이 걸려있던 만큼 비중이 컸고, 특히 페티스는 이미 WEC 시절 헨더슨에게 시련을 안긴 바 있는 선수다. WEC 챔피언이었던 헨더슨은 2010년 말 WEC의 마지막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페티스를 만나 판정패했다.

특히 후반 터진 페티스의 매트릭스킥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두고두고 쓰이고 있다. 그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WEC 라이트급의 마지막 챔피언으로 남았을 것이며 챔피언 자격으로 UFC에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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