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 병 악화 사망… 구치소 책임 없어"

고수현 / smkh86@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03-17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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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고 패소 취지 파기환송

[시민일보=고수현 기자]만성신장질환 수용자가 노역장 수감 중 결핵과 폐렴 악화로 사망했더라도 구치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열린 1·2심은 책임의 비율이 다를 뿐 모두 구치소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으나 대법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망한 수용자 박 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구치소가 구치소 의무관들에게 박씨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처럼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예정자인 만성신부전 환자 등은 결핵발병 중증도 위험군으로 분류, 잠복결핵감염 여부에 관한 검사가 강제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보면 구치소 의무관들에게 흉부 X-선 검사를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박씨의 투석을 담당했던 전문의와 대학병원에서도 박씨의 결핵을 의심해 X-선 검사를 하지 않은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앞서 루푸스 신장염에 의한 만성신장질환을 앓아온 신장장애 2급의 박씨는 2009년 12월19일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았으나 이를 내지 못해 결국 다음 해인 2010년 7월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박씨는 수감 중 무릎통증을 호소하다가 저혈당 증세를 보이는 등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좁쌀결핵 및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씨의 자녀는 “구치소 의료진의 과실로 아버지가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구치소 의무관들은 수감 당시 또는 박씨가 무릎 통증을 호소할 때 흉부 X-선 검사나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박씨의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해 그에 따른 적절한 의료조치를 할 보호의무가 있다”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며 유족에게 9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지만, 구치소 측의 책임 비율을 줄여 “유족에게 7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에서 이같은 판결이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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