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송민순 회고록’으로 무너지나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0-18 1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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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와대 공식 브리핑은 ‘진실’ 뒷받침...文은 “침묵”
야권, ‘색깔론’ 제기하며 정쟁으로 몰아가려 “안간힘”
새누리 정진석, "사실이라면 명백한 반역행위, 문재인 해명해야"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2007년 11월 당시 노무현정부가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기권을 결정한 배경이 서술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뜨겁다.

특히 송 전 장관 회고록에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부의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 의견을 묻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서술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입을 다물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송 전 장관은 11월 18일 안보장관회의 뒤 북한 의견을 듣고 20일에 최종적으로 기권이 결정됐다는 취지의 기록을 남긴 반면, 야권 인사들은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을 결정한 이후 북한에 이를 '통보'했다고 하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쪽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2007년 11월 당시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입장을 최종 결정한 시점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20일 밤에 결정됐다"고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유엔에서 정부가 기권 투표를 했던 11월 21일(한국 시각)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 등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있었으며, 유엔 표결 직후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20일) 저녁 늦게 대통령께서 송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과 기권 방안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다“며 ”최근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 안보정책회의에서 지속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어제 오후까지 최종 결정이 나 있지 않았지만 그 뒤로 장관과 실장이 협의해 기권안으로 정리해 대통령께 보고드렸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는 송 전 장관이 "11월 16일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 18일 다시 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해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정리했다"며 "20일 밤 싱가포르에서 나와 노 대통령, 백종천 실장 셋이 모인 자리에서 백 실장이 북한 측의 반응이 적힌 쪽지를 보여줬고, 노 대통령이 '그냥 기권으로 가자'고 결정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종 결정 시점에 대해 당시 회의 멤버였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이"16일에 '기권'으로 결정 됐다"면서 "이미 결정이 났기 때문에 18일에 북한의 의사를 물어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사건을 해명하기보다는 “정치공세”라며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표의 대변인을 자처한 더민주 김경수 의원은 18일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을 겨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이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나오는 부분마다 부정적"이라며 정치적 접근을 시도했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면서 "송 전 장관이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해를 살 수 있는 소지를 만들어놓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이런 회고록을 낼 때는 사전에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 예를 들면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저에게 검토를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고록과 관련한 새누리당 공세에 대해 ‘색깔론’이라며 역공을 취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박근혜 정권 들어서서 한반도가 평화롭나, 남북대화가 상시적으로 진행되던 그 시기에 비해 더 안전한가"라고 반문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 새누리당은 녹아내리는 색깔론 빙하위에 올라탔다"면서 "남북대화가 상시 진행되고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때 국민들은 더 한반도를 안전하게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대화를 내통인식으로 규정해 관계가 꽉 막힌 지금,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공포, 핵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며 "과연 어느 정권 때 남북 외교정책이 우리 국민에게 더 좋았던 것인가로 논쟁이 옮겨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에서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대한민국의 주권포기이자 국기문란 사건이며 명백한 반역 행위"라며 "기억이 안 난다고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라고 문 전 대표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가 김정일의 결재를 받고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느냐는 국기문란 사건의 한 사례일 뿐"이라며 제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의 '뒷거래'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인권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고, 수십조 선물 보따리만 주고 돌아온 남북정상회담은 도대체 왜 한 것이냐"며 "한미동맹을 파탄 직전으로 몰아가면서 엉터리 회담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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