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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를 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분노와 개탄을 넘어 말할 수 없는 낙담과 낭패감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사정(私情)으로 운영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지 않았는가?”
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5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손 전 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로 문제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인 만큼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포함한 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며 “새판짜기로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가 언급한 ‘새판짜기’는 기존의 기득권 정당체제를 혁파하고 국민주권시대를 열기위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즉 ‘제3지대’라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정치권력이 기존 정치인 중심의 ‘정당지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민 중심의 ‘국민지대’로 옮겨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틀을 바꾸자’는 것은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틀을 깨고, 바로 자신이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제안한 ‘7공화국 시대’를 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얼마나 극심한지 국민이 직접 목도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해야만 한다.
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보수와 진보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로 더민주는 개헌 논의를 최순실게이트 마무리 후 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는 개헌을 하지 말자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
대체 더민주는 왜 개헌을 반대하는 것일까?
아마도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현안 문제를 해결한 뒤 개헌을 다뤄야 한다'는 추미애 더민주 당대표의 말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니까 추미애 대표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추미애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누구라도 이번 개헌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비리를 덮기 위한 최순실 개헌이자 정권교체를 막으려는 정권연장 음모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진실과 동떨어진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개헌을 맡길 국민이 있겠느냐”고 개헌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식의 대응이 제1야당으로서 올바른 대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개헌은 개헌’이고 ‘최순실은 최순실’이다. 두 개의 별개 사안을 한 묶음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최순실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정치권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더 개헌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더민주는 왜 개헌논의 자체를 막으려 하는 것일까?
더민주는 개헌보다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권력형 비리의 규명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권력형 비리에 대해선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개헌논의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국회의원들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회에는 16개의 상임위가 있으며, 국회의원 수만 해도 무려 300명에 달한다. 그들이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와 함께 개헌논의를 병행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무능한 것인가.
그건 아닐 게다. 거기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더민주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논의 과정에서 고립되고 제3지대가 탄력 받을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개헌 정국에 들어가면, ‘제7공화국’이라는 화두로 분권형 개헌론에 불을 지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제3지대가 탄력을 받는 반면,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문재인 전 대표는 철저하게 고립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 체제인 ‘6공화국’ 시대를 끝장내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7공화국’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 만큼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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