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을 향한 마지막 忠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11-02 13: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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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칼럼을 모아 ‘왜 박근혜인가’라는 책을 출판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그동안 줄곧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기원해 왔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평민으로 돌아올 때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왔다.

그런데 그런 간절한 염원이 ‘최순실게이트’ 한방에 무너지는 것을 보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나마저도 이런 사태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침몰할까 걱정되는 탓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을 향해 충정 어린 고언(苦言)을 해보고자 한다.

박 대통령은 2일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대신 ‘책임총리’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 후임으로 새누리당이 추천한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를 내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책임총리라고 볼 수 있다"면서 "본인의 색깔대로 가면서 국무위원 인사제청 등 총리로서 상당히 발언권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친노인사’로, 최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을 받았던 만큼 야권성향의 인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래봤자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로 예전의 총리와 다를 게 없다. 한마디로 ‘무늬만 책임총리’라는 말이다.

그러면 박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 대신 김병준 총리를 선택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마도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지 않고 새 총리를 내세워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권력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따라서 새 총리의 실질적인 권한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무늬만 책임총리일 뿐, 어떤 권한도 보장받지 못한 신임 총리가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통할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건 안 될 말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사심(私心) 없는 분’이라 믿고 지지해 왔던 사람으로서 여전히 박 대통령에게는 그런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니 허울뿐인 ‘책임총리’ 내정을 유보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운 총리를 선출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박 대통령 역시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새로운 총리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선출하고 대통령은 그를 추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 오늘의 인사를 그대로 강행하려할 경우, 박 대통령은 더욱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침몰 위기의 대한민국 호는 점점 기울어 아예 복원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인 것이다. 게다가 당장 총리 인준안의 국회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야당은 총리 지명에 대해 선후(先後)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반발하고 있지 않는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독선적 대통령에게 절망을 느낀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니 박 대통령은 즉각 김병준 총리 내정을 철회하거나 유보하고,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듣고 여야 협의에 의해 새로운 총리가 선출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전에 즉각적인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간곡한 바람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유권자들이 자신의 손을 잘라내고 싶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부디 의로운 결단을 내려주시라. 어쩌면 이 쓴 소리가 박 대통령을 향한 마지막 충언이 될지도 모른다.

아울러 야당에게도 한마디 해야겠다.

국정운영의 한 수레바퀴에 해당하는 야당도 지금은 절제와 자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이 복받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갑남을녀(甲男乙女)처럼 대통령 하야를 외치거나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정상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따름이다. 책임 있는 공당의 정치지도자 모습이라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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