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 |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검찰이 20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일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관계'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즉 검찰은 박 대통령이 단순한 참고인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 신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 범죄사실에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박대통령이 이들과 공범 관계임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혐의 등 핵심 사안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박 대통령을 기소하기 전에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정식 사건으로 입건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입건과 관련해 형법 30조(공동정범)를 적용했다. 해당 조항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동급의 피의자 신분인 셈이다.
물론 아직은 정식 기소된 것도 아니고 재판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지만, 이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탄핵’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그에 앞서 먼저 정치권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 윤리위원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출당과 제명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당헌당규상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의 징계특령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의 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원에겐 당원권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기소할 경우 즉각 당원권을 정지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특히 새누리당 당헌당규 제20조에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에 의해 민심을 잃게 했을 때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행위가 이 조항에 적용되는지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적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검찰기소 이전에라도 박 대통령을 출당시키거나 제명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궤멸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처럼 이런 사태를 즐기듯 방관자적 입장에 서 있으면 안 된다. 야당도 공당으로서 국정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있다. 수권정당이라면 당연히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선 당장 탄핵 절차에 착수하되 그에 앞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지도 모를 국무총리를 여야합의에 의해 새롭게 추천하는 게 급선무다.
20일 새누리당 비박계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의원 35명 중 32명이 탄핵 절차 착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무소속 의원들까지 합하면 탄핵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훨씬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즉 국회에서 탄핵 절차를 진행할 경우 탄핵은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덜컥’ 탄핵부터 해버린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그것은 거국중립내각 형식의 과도정부가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연장선이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따라서 탄핵절차를 진행하기 이전에 정치권은 거국중립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국정혼란을 수습할만한 유능한 중립적 인사를 국무총리로 추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도정부 국무총리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개헌을 통해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6공화국 체제’를 끝장내고 ‘7공화국체제’를 열기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적임자 아니겠는가.
지금은 여야 각 정당이 이해관계나 정파의 득실(得失), 혹은 대권주자들의 개인적 욕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비상시국이다.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과 여권만 침몰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침몰할지도 모른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불행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영웅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