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헌법이 왜 문제냐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1-23 17: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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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어떤 분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 헌법이 제왕적 통제를 하고 있어 나타난 폐단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우리 헌법에 고쳐야 할 대목이 많긴 하지만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열린 '숙명여대 학생과 함께하는 시국대화'에서 개헌논의를 거부하면서 한 발언의 일부다.



사실 문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된 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개헌 반대명분으로 내세운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문제는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는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문재인 전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MB(이명박)에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박 대통령에겐 최순실씨가, MB에겐 ‘영일대군’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문제가 됐었다.



그러면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겐 그런 일이 없었는가.



아니다. 노태우, YS(김영삼), DJ(김대중)시절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측근들의 비리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엔 영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인 박철언 씨가 '6공 황태자'로 불리며 비선실세로 나섰다. 그는 노 대통령 집권 후 대통령 정무비서관과 정책보좌관,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장관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YS 정권 출범 직후인 1993년 5월 그는 슬롯머신 업자에게 수표 5억원이 든 가방을 받은 혐의로 482일간 구속됐다.



YS 정권에선 차남 김현철씨가 문제가 됐다. 실제 YS 대통령 재임기간에 검찰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했다. 비록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못했으나 검찰수사와 무관하게 현철씨가 각료 임명이나 군 장성인사에도 개입했던 사실은 확인됐다. 결국 이로 인해 YS정부는 식물정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DJ 재임 당시엔 이른바 ‘홍삼트리오’가 문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린 것이다. 실제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홍삼트리오 이름이 거론됐다. 당시 '100%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차남 홍업 씨는 2001년 이권 청탁 대가로 47억여 원을 받아 구속됐다. 삼남 홍걸 씨는 2002년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37억여 원을 받아 구속됐고, 장남 홍일 씨는 그 다음해 나라종금 로비 사건에서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대국민사과를 가장 많이 한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이어서 국세청 인사 때마다 관가에서는 '형님 인사설'이 돌았다. 그로 인해 ‘봉하대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그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건네받아 불구속 기소됐고, 2008년 12월 농협에 세종증권을 매각하도록 도와주고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3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MB는 물론이고 YS, DJ,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모두 ‘문제인물’들이라는 것인가?



문 전 대표의 그런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자신이 YS, DJ,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도 더 훌륭한 대통령 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설사 그가 지금의 국정혼란을 교묘하게 이용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역대 대통령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뜻이다.



왜냐하면 국민을 공분케 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비선실세의 독버섯을 키우는 토양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6공화국체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6공화국을 끝장내고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는 혁명적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물론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거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헌법을 바꾸지 않고 현행 체제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셈이다. 따라서 굳이 헌법을 바꿔 권력을 분산하는 일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런 일을 방해하고 싶은 게 인징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생각을 지닌 정치지도자라면, 그래선 안 된다.



부디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문제는 아니다’라는 궤변으로 권력욕을 채우려하지 말고, 자신의 기득권 가운데 아주 조금이라도 내려놓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즉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새로운 체제인 7공화국을 만들어내는 일, 바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에 힘을 보태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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