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의 함성 “개헌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0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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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누가 감히 국민을 우매하다고 말하는가.



국민은 현명하다. 다섯 차례에 걸친 촛불시위는 ‘박근혜 퇴진’ 요구인 동시에 ‘제2의 박근혜’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함성이다.



즉 ‘제왕적 대통령’이 군림하는 6공화국체제를 끝장내고, 대통령과 총리, 의회가 서로 견제하고 협의하는 새로운 세상인 7공화국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말이다.



사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6공화국 체제에선 ‘제2의 최순실’, ‘제2의 박근혜’가 탄생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실제로 6공화국체제가 출범한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노태우정부에선 ‘6공 황태자’라는 박철언씨가 문제가 됐고, 김영삼정부에선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문제였다. 김대중정부에선 이른바 ‘홍삼트리오’라는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렸다.



노무현정부에선 ‘봉하대군’으로 통하는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가 문제였고, 이명박정부에선 ‘영일대군’이라 불리던 대통령의 친형이 이상득 씨가 문제였다. 즉 박근혜정부의 ‘최순실게이트’와 유사한 사례들이 6공화국체제의 역대 모든 정부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꿔야만 한다. 그게 국민의 요구다. 그것도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가 아니라 당장 바꾸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매체 <돌직구뉴스>가 30일 공개한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시기에 대해 ‘대통령 선거 이전에 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51.4%로 나탔다. 반면 ‘대통령 선거 이후에 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39.8%에 그쳤다. ‘잘모르겠다’는 응답은 8.8%다.



(이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한마디로 개헌을 다음 정부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당장 개헌을 추진해서 ‘제2의 박근혜’, 즉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사실 공화국체제를 바꾸는 데는 혁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이 기회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100만 촛불의 힘’으로 6공화국을 끝장내고 새로운 7공화국체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00만 촛불이 ‘혁명’의 원동력인 셈이다.



그런데 6공화국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패권세력이 “호헌”을 주장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친문패권세력의 수장인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어떤 분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 헌법이 제왕적 통제를 하고 있어 나타난 폐단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6공화국체제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은 ‘최순실게이트’와 같은 비선실세의 독버섯을 키우는 토양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사실을 알고 대선 이전에 개헌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문 전 대표는 6공화국체제에서 누려온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문재인 전 대표의 그런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제왕적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굳이 권력을 나누는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나라의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6공화국체제에서 패권세력의 수장으로서 얼마나 많은 기득권을 누려 왔는가. 그 기득권 모두를 내려놓으라는 게 아니다. 아주 조금만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광주에서 한 자신의 말대로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으니 정계은퇴를 선언하라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국민의 요구대로 ‘제왕적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개헌을 추진해달라는 것뿐이다.



경고하거니와 만일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100만 촛불의 분노가 ‘박근혜’에게서 ‘문재인’에게로 옮겨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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