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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키로 했다.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그 수가 35명을 넘을 것이라고 했고, 김재경 의원 ‘40+알파’라고 장담했다. 여기에 친박계 의원 10여 명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현재 탄핵 표결 참여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친박계 의원은 Y의원, H의원, L의원, J의원, S의원, C의원 등이다.
탄핵안 가결정족수는 200명인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치면 172명이다. 따라서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28명만 합류하면 국회에서의 탄핵은 가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박계는 물론 일부 친박계마저 탄핵으로 돌아섰다니, 이제 탄핵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선포하는 순간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가 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할 경우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 기간 동안, 그러니까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재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국회나 정치권이 ‘탄핵’에 대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 것도 없다. 만일 어떤 역할을 하려 든다면 그것은 사법부에 대한 압력으로 ‘삼권분립’원칙에 위배되는 탓이다.
바로 이때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꾸는 개헌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절호의 기회다.
사실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최순실게이트’는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가 얼마나 극심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왕적 대통령제인 ‘6공화국 체제’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여야가 서로 ‘정권교체’를 주장하지만 실상은 기득권세력의 정권 주고받기, 즉 ‘정권교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5년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이 6공화국의 마지막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광화문 국민의 뜻은 우리나라 새 틀을 만들자는 것으로,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교체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손 전 대표의 개헌논의에 ‘촛불시위’로 힘을 보태주고 있다. 여섯 차례에 걸친 ‘200만 촛불 시위’는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최순실’, 제2의 박근혜’를 막아내겠다는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명운이 다한 ‘6공화국’ 체제를 끝장내고, ‘제7공화국’체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막중한 책무가 있다. 즉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국민의 주권이 강화되는 ‘분권형’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동안 이런 개헌논의에 대해 ‘경제 블랙홀’ 운운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던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 더 이상 개헌논의를 방해하거나 훼방을 놓을 수가 없다.
바로 이때가 개헌의 적기다.
손학규 전 대표도 “탄핵을 국회서 가결하고 나면 탄핵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며 “탄핵할 때까지 헌법논의 하지 말자. 그러나 국회에서 가결하고 나면 그때부터 헌법논의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바로 이것이 ‘촛불시위’에 담겨 있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6공화국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지역패권주의 집단이 “이대로가 좋다”며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마치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세하는 일부 정치인들에겐 개헌논의가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것이다. 6공화국체제가 그대로 가면 자신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왜 권력을 나누자고 하느냐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라면 사익(私益)보다 공익(公益)을 우선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자신이 누리려고 하는 권력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면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쪼록 탄핵 이후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개헌논의를 즉각 추진해 주기 바란다. 잘못된 나라의 시스템을 바로 잡는 일이다. 그것이 우선이다. 향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에게 미칠 유.불리는 나중에 따져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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