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주자’ 손학규 “勝” vs. ‘유력주자’ 문재인 “敗”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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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혁 세력인 ‘개헌파’와 수구 세력인 ‘호헌파’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표적 ‘개헌파’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호헌파’를 향해 “광장의 민심은 이제 더 이상 ‘제왕적대통령제’는 아니라는 것인데 6공화국의 낡은 제체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즉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6공화국을 끝장내고 7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장 개헌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반면 ‘호헌파’의 리더 격인 문재인 전 대표는 “헌법이 무슨 죄냐. 헌법도 피해자”라면서 개헌논의자체를 원천차단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체제를 바꾸지 말고 “이대로 가자”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13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개헌에 공감하는 의견이 응답자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국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를 인식하게 됐고, 따라서 대통령의 권력집중에 대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 ‘개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65.5%에 달했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7.4%에 불과했다. 모름ㆍ무응답은 7.1%였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선두다툼을 벌이는 ‘유력주자’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니라 아직 지지율은 낮지만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헌을 추진하자는 ‘희망주자’인 손학규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그렇다면 개헌논의 시기에 대해선 어떨까?

문 전 대표는 “지금은 개헌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개헌론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의 생각도 그러할까?

역시 아니다. 실제 개헌 시기와 관련, ‘차기 대선을 치르기 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이 50.2%로 과반을 넘었다. ‘다음 정부나 그 이후 정부에서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45.9%)보다 높은 것이다.

지난달 KBSㆍ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차기 대선 이전 개헌’이 59.2%, ‘다음 정부 이후 개헌’이 38.2%로 ‘대선이전 개헌’ 응답이 무려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는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 10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가운데, 유선 176명, 무선 82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유ㆍ무선 전화 임의걸기를 통한 전화면접조사 방법을 썼으며 응답률은 14.4%로 집계됐다. 2016년 11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을 적용해 지역ㆍ성ㆍ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유력 대권주자들이나 당권주자들은 조기대선으로 인해 대선 이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 역시 궁색하다.

왜냐하면 18대 국회에선 헌법연구자문위가 19대 국회에선 헌법개정자문위가 활발하게 활동해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상태여서 20대 국회는 개헌방향만 결정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물리적 시간 등을 이유로 개헌논의를 미루는 사람들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말처럼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냥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시기가 이러니저러니 하며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례를 보아도 그렇다. 2007년 초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를 인식하고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으나,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시되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촛불시위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고 하는데도 대선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더불어민주당 유력주자들은 개헌논의를 원천 차단하거나, 아니면 그게 조금 민망했던지 ‘지금은 이대로가 좋으니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미루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세상을 바꾸자는 개헌논의가 좌절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1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앞서가는 듯 보이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손학규 전 대표가 민의를 받드는 후보인 까닭에 역전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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