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헌파의 궤변, 이번에도 통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1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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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5일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출연자와 진행자 간에 주고받은 대화의 한토막이다.

진행자인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출연자인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거짓말하려고 하면 뭔가 정당화를 해야 된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나쁜 짓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학창시절에 이른바 불량한 학생들이 약한 학생들의 돈을 뺏을 때도 명백하게 이유를 댄다. 그런 경험이 저는 몇 번 있는데, 제가 키도 작고 하니까 저한테 와서 ‘너는 키가 작기 때문에 돈을 줘야 한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편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어이없다는 듯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 교수는 “궤변이다. 하지만 그런데 통한다. 그러니까 ‘너는 약하기 때문에 나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게 아주 궤변처럼 들리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논리가 된다”고 답변했다.

정 교수가 “그게 강압이지 어떻게 논리가 되느냐”고 재차 물었고, 이 교수는 “강압이지만 논리적으로 강압을 한다는 거다. 그냥 가서 아무 이유 없이 때리면서 ‘돈을 달라’. 이러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황당하고 웃기는 말 같지만 요즘 정치권에선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궤변과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일시적이긴 하겠지만 정말 그 순간에는 그런 궤변이 통한다.

제1야당을 장악, 정치권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호헌파의 궤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 전 대표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안 지사는 불안한 문 전 대표가 낙마할 경우를 대비한 ‘문재인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안희정은 한 묶음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기를 쓰고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빤하다. 낡은 6공화국 체제에서 제1야당의 패권세력으로 입지를 굳힌 이들은 6공화국의 기득권 세력으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걸 내려놓고 싶지 않다는 거다.

실제 박근혜대통령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철폐하고 “세상을 바꾸자”는 손학규 전 대표의 주장처럼 7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 그동안 낡은 체제에서 누려왔던 자신들의 기득권을 상당부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싫기 때문에 이런저런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대로가 좋다”는 황당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앞뒤가 안 맞는 발언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기도 한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의 개헌론에 대해 “헌법이 무슨 죄냐”고 반문하면서 “헌법도 피해자”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거야 말로 황당한 논리다. 사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역대 모든 대통령은 불운한 말년을 맞았다. 1공화국의 이승만, 3-4공화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5공화국의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퇴임 이후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 6공화국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임 중 홍역을 치렀다.

유일하게 2공화국의 윤보선 전 대통령만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2공화국은 사실상 내각제로 대통령은 제왕적대통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헌법은 죄다. 국민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70% 안팎에 이른다.

‘호헌파는 낡은 체제를 수호하려는 수구세력’이라는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자 요즘엔 말을 바꾸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파들이 개헌을 정계개편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낡은 체제를 바꾸는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정계개편’을 우려해 개헌을 반대한다니 섬뜩하다.

왜냐하면 국민을 위해선 개헌을 해야 하지만, 혹시라도 정계개편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이 염려돼 반대한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택광 교수는 강자의 약자를 향한 이런 논리에 대해 “궤변이다. 하지만 그런데 통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이 약자가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호헌파들의 이런 ‘궤변’이 통하던 시대, 즉 국민이 약자이던 시대는 지냈다.

속내를 감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될 뿐이다. 한 두 번은 속을지 몰라도 계속해서 속아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은 국민은 아니다. 부디 낡은 6공화국체제를 수호하려는 호헌파들의 반성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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