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
누구의 말일까?
얼핏 보면 지금 ‘제 7공화국’을 화두로 내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제왕적대통령제’인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인식하고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닙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간절한 호소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로 묵살 당하고 말았다. 실제 당시 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면서 일축했다.
어디 그뿐인가.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줄곧,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개헌에 대해 "블랙홀"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누가 옳았는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옳았다. 이번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시위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는 너무나 심각하다. 6공화국을 거쳐 간 역대 모든 대통령들, 그러니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따라서 이제는 6 공화국의 낡은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당시 그의 개헌 제안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면, 오늘과 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은 물론 그를 추종하던 새누리당, 그러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나쁜 대통령”이라며 일축했던 세력은 모두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할 죄인들인 셈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두고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나온 정략적인 의도라며 반대했다. 그러니 죄인인 것이다.
죄인은 입이 열 개라도, 또한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특히 개헌문제와 관련해선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개헌’의 ‘개(改)’자도 꺼낼 자격이 없는 죄인들이다.
그런데 요즘 새누리당 일각에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으니 참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무슨 염치로 이제 와서 개헌을 운운한단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그대들은 개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는 폐족(廢族)이고, 죄인들이다. 아무리 그것이 정의이고, 옳더라도 죄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개헌논의는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정으로 개헌을 원한다면, 죄인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정말 개헌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그동안 호헌(護憲)을 주장했던 새누리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온 후에 하는 게 맞다. 여전히 6공화국의 낡은 체제에서 패권세력으로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새누리당 울타리에 안주하면서 개헌을 언급하는 건 난센스다.
거듭 말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친박이건 비박이건 가릴 것 없이 개헌을 간절히 요청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으로 몰아붙이고, 결과적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인들이다. 그래서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보다 더 나쁜 사람은 바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그가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라고 개헌을 호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나쁜 대통령”이라며 일축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손학규 전 대표의 개헌논의에 대해 “정략적인 의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반대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똑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표를 ‘제2의 박근혜’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전 대표 역시 죄인이고,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한다. 죄인 새누리당과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라.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