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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목소리가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을 뒤덮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4%라는 사상초유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야권의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야권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도 고작 20%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문재인이나 안철수의 지지율은 최순실 게이트 발생 이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문재인이 반기문의 하락세에 따른 반사효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섰을 뿐, 그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두 사람 중 한 명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도 어째서 두 사람의 지지율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문재인과 안철수는 왜 활활 타오르는 촛불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부족한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우선 문 전 대표는 촛불정국에서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그는 탄핵국면에서 처음에는 거국내각을 거론했다가 중간에 다시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을 거론했는가하면, 나중에는 촛불시위가 격렬해지니까 결국 탄핵이라는 쪽으로 강도를 높이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죽하면 같은 당 김종인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말에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겠는가.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주당의 우와좌왕은 문재인의 좌고우면 탓”이라고 질책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적 대격변기의 아노미적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뒤떨어지는 대선주자의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그런 주자에게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순실 게이트’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의 지지율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떤가.
그는 사태 초기 ‘대통령 하야’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문제였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최장 6개월에 이르는 헌법재판소 심의기간과 탄핵이 됐을 경우 이후 60일 이내의 차기 대선을 고려하면 최장 8개월 동안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 데 이를 막지 못한 것이다.
예정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의 출범은 문재인-안철수의 판단 착오가 빚은 부메랑이다.
탄핵국면에서 시종일관 ‘선(先) 국회총리 추천 후(後) 탄핵’을 주장한 정치인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일하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줄곧 “국민은 박근혜의 아바타인 황교안 권한대행을 용납하기 어렵다”며 즉각적인 여야합의 총리 추천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대권에 눈먼 문재인-안철수의 외면으로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황교안 대행체제가 출벌하고 나서야 국민들도 뒤늦게나마 손 전 대표의 주장이 옳았음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손 전 대표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국민에게 보여준 셈이다.
그런 그가 이제 ‘제 7공화국’을 화두로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6공화국의 낡은 체제를 마감하고, 7공화국의 새로운 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정치권에 상당한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10주년 행사에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100여명 이상 모인 게 그 반증일 것이다. 현역 의원들만 해도 무려 40여명이나 모였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영선, 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 거물급인사들은 물론 국민의당에선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 현직 지도부와 안철수,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 전.혁직 지도부가 총출동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요즘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내공이 부족한 그는 물론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미래 대통령’ 감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정당이라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주권회의’라는 결사체를 만들어 “제 7공화국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손학규의 외침이 더욱 신뢰가 가는 것을 보면 그가 ‘미래 대통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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