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체제를 수호하려는 호헌파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20 1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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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한민국헌정사에 딱 한차례 ‘제왕적대통령’이 아닌 공화국이 있었다.

제 2공화국이다. 제왕적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1960년 8월 대통령 윤보선, 국무총리 장면이 선출 된 것이다. 이렇게 세워진 제2공화국은 내각 책임제와 양원제를 실시하였다. 내각 책임제란 대통령은 의례적인 국가 원수로 하고, 정치적 실권은 국무총리에게 집중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제2공화국은 4·19혁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4·19혁명의 이념과 기본정신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헌정체제를 지향하게 되었다. 4·19혁명의 이념과 기본정신이란 가장 풍요로운 자유와 민의(民意)와 민권이 존중되는 민주정치의 구현 및 그것을 통한 부정·부패가 없는 정의사회의 실현이 보장되는 참다운 민주주의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2공화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61년 박정희 중심의 군인들에 의해 군사 정변이 일어났고, 제3공화국이 성립된 탓이다.

제 3공화국은 이승만 정권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대통령’제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4.19 시민의 혁명으로 이룬 2공화국이 5.16 군사쿠데타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박정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6공화국은 엄밀한 의미에서 3공화국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5공화국과 6공화국의 차이라면 단지 대통령 간선제가 직선제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견제 받지 않는 대통령의 권한을 사실상 무한정 인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6공화국은 ‘박정희 체제’이자 ‘박정희 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군사쿠데타로 이룬 박정희체제를 끝장내고 시민의 피로 세웠던 제2공화국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헌법의 문제를 간파하고 정치권에 개헌을 논의하자고 간곡하게 권유한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정치권의 개헌논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현재의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의 개헌 제안을 “정략적인 의도”라며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개헌이 이뤄졌더라면 오늘날‘ 최순실게이트’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방해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개헌을 하자면 바로 지금이 적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에서 심의 중인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의 견제 없이 국회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길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동시에 “제2의 박근혜가 나와선 안 된다”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 아니겠는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대선 준비를 잠시 접고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데 묶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그는 7공화국을 위한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또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계를 드러냈다.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고,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며 "승자독식의 정치제도를 합의제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하며, 새로운 권력구조는 개헌과정에서 나타나는 국민의 뜻에 따르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낡은 박정희체제의 연장선인 6공화국체제에서 제1야당의 패권세력으로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호헌파들이 문제다.

그들은 개혁을 거부하고, “이대로가 좋다”며 체제수호자를 지처하고 나서기 일쑤다. 대권에 눈이 먼 탓이다. 국민의 고통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다.

과연 언제까지 박정희 체제의 연장선인 6공화국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 국민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부디 7공화국의 꿈을 짓밟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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