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與野 러브콜에도 ‘마이웨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21 12: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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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정국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마치 대통령이라도 된 양, 조기 대선 시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제시하겠다며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지만, 여야 어느 정당도 이를 제지할 힘이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의 갈등으로 분당이 현실화될 상황에 놓였고, 국민의당의 유일한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지 오랜 탓이다.

그렇다면 정녕 이 난국을 타개할 ‘구원투수’는 없는 것인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전 대표를 향한 국민의당의 구애는 매우 적극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측은 손학규 전 대표에게 내달 15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의 ‘구원투수’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자 20일 의원총회에서는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당 대표로 모셔오자는 게 누가 얘기한 것이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당 대표가 아니라 대선주자로 모셔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 7공화국’을 화두로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됐건, 아니면 당 대선주자가 됐던 당장 국민의당에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국민의당이 ‘제왕적대통령제’를 폐지하자는 손 전 대표의 제안에 여전히 ‘우물쭈물’하며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결국 손 전 대표는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국민결사체를 만들어 낡은 체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방안을 선택했다. 국민결사체는 곧바로 개헌에 동의하는 정치권의 개혁 세력과 결합해 정치결사체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추후 국민의당이 개헌에 동의 할 경우 당대당으로 통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즉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을 주장해 온 손학규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당 차원에서 개헌에 찬성할 경우 국민주권개혁회의와 당대당 통합 형식으로 국민의당 대선후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현재 상황에선 국민의당의 구애를 거부하고 사실상의 ‘창당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느닷없이 손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했다. 분당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의 ‘구원투수’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자 웬만해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선비 같은 손학규 전 대표가 발끈했다.

자신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손 전 대표 측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며 “상식과 예의에 어긋나는 정치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 것”이라고 질책한 것이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개혁세력을 결집해 구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을 건설하는데 여념이 없는 손 전 대표를 새누리당에 끌어 들이려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광장의 시민들이 왜 새누리당의 해체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통렬한 성찰부터 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는 손학규 전 고문의 이름이 이 같은 맥락에서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야의 모든 ‘러브콜’을 뿌리치고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그가 선택한 ‘마이웨이’는 어떤 길일까?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손 전 대표가 꿈꾸는 것은 큰 세력화"라며 "새누리당 친박과 민주당의 친문이 아닌 (세력을 모아) 큰 정치세력화를 하고 거기에서 개헌을 하고 다음 정부가 가야 할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자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문의 구심점으로서 제왕적대통령제인 6공화국체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세상인 7공화국을 만드는 열학을 하고, 이에 동의한다면 안철수 전 대표와도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대선주자를 선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손 전 대표의 의중이 정말 이런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손 전 대표가 이제 더 이상 어느 정당의 ‘구원투수’ 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야 패권세력, 즉 낡은 6공화국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이 존재하는 한 결코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 걸 깨달은 이상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구원투수’가 아니라 ‘승리투수’가 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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