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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그 측근들만 살맛나는 6공화국이냐. 아니면 국민이 살맛나는 7공화국이냐.”
“낡은 6공화국체제에서 누려온 패권야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제왕적대통령제를 바꾸지 말고 이대로 선거를 치르자’는 호헌파냐, 국민주권시대를 열기위해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나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개헌파냐.”
“제왕적대통령을 한 번 더 해먹겠다는 ‘4년 중임제’냐, 이제 더 이상 국민위에 대통령이 군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권력 분산형’이냐.”
최근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이번 대통령선거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한 후배의 질문에 “그것은 제2의 박근혜냐, 제2의 윤보선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며 이같이 답변했다.
이른바 ‘최순실게이트’는 제왕적대통령제의 적폐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으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그로 인해 국회에서 탄핵 당하고 말았다.
그 뿐만 아니라 제왕적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을 지낸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비선실세 문제로 임기 말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 6공화국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실제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망명 후 타국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탄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전두환은 동생 경환이가, 노태우는 ‘6공황태자’라 불리는 박철언이, 김영삼은 ‘소통령’이라는 차남 현철이가, 김대중은 ‘홍삼트리오’라는 아들 3형제가, 노무현은 ‘봉하대군’이라는 형 건평이가. 이명박은 ‘영일대군’이라는 형 상득이가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했으며, 지금의 박근혜는 ‘최순실게이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아무 문제가 없던 유일한 대통령은 윤보선 전 대통령 단 한사람뿐이었다. 그러면 왜 윤보선만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그는 4.19 혁명에서 흘린 ‘젊은이들의 피’ 위에 세워진 2공화국에서 대통령을 지냈는데, 2공화국은 제왕적대통령제가 아니라 내각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헌파를 ‘제2의 박근혜’로, 개헌파를 ‘제2의 윤보선’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번 대선 판이 이런 구도로 진행될 것이란 건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20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명운이 다한 6공화국 체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끝내고 새로운 7공화국을 열자’고 제안할 때만 해도 다소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렸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의 반응도 영 신통치 않았었다.
손 전 대표가 전남 강진 토굴에서 다산 정약용 사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7공화국”을 주창했지만, 현실 정치인들은 미처 우리나라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고 연이은 촛불시위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물결이 거리를 메우자 정치인들도 뒤늦게 ‘제왕적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깨닫고, 분권형 개헌대열에 속속 합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동안 개헌에 미온적이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개헌을 다음에 하자는 것은 수구세력”이라며 개헌 대열에 합류했고, 국민당은 아예 “개헌 즉각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개헌에 부정적이던 김부겸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최근에는 개헌을 주장하며, 호헌파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제왕적대통령을 꿈꾸는 문재인 전 대표 등 친문패권세력에게는 최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이른바 ‘개헌저지 보고서’를 통해 개헌을 주장하는 손학규 전 대표 등 개헌파를 “이합집산세력으로 몰아붙이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실제로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명이 붙은 안희정 충남지사는 보고서의 주문대로 손 전 대표의 개헌론을 ‘정치 이합집산’으로 규정하면서 손 전 대표에게 “정계를 은퇴하라”고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걸 어쩌랴.
국민은 이미 ‘개헌저지보고서’를 통해 호헌파의 이 같은 공세가 자신들이 제왕적대통령을 한번 해보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정치적 술수’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마당이다.
모쪼록 오는 22일 손 전 대표의 제7공화국 개헌을 지지하는 개혁세력이 한 자리에 모여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식을 갖는다고 하니, 그 모임이 부디 ‘국민이 살맛나는 7공화국’을 건설하는 모체가 되기를 바란다.
안철수 전 대표가 살리지 못한 ‘안철수 현상’을 어쩌면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을 무기로 살려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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