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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체제에선)어떤 분이 대통령이 돼도 대동소이하다고들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그분들에게 기대를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명박·박근혜를 나오게 한 것도 김대중·노무현의 책임이다.”
이는 함세웅 신부의 발언이다.
또 법륜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이 되어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다. 지금까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역대 대통령을 보면 늘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고 그 여섯 사람이 다 문제였을까? 그건 아닐 거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까? 시스템 때문이다. 대통령한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모든 걸 다 대통령이 결정하니까 대통령 뒤에 보이지 않게 붙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거다. 그래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하는 거다. 그러니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는 게 합당한가? 이 시스템으로 또다시 5년을 더 가야 하는가?’ 이 문제를 좀 생각해봐야 한다. 선거 후 1년 정도는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위험이 아주 크다.”
함세웅 신부와 법륜스님은 모두 성직자다. 현재 정치인도 아니고 앞으로도 정치를 할 사람들이 아니다. 특히 권력욕에 눈이 먼 탐욕스런 정치인들과는 격이 다르다.
실제로 두 성직자의 발언에는 그 어떤 정치적 의도도 담겨 있지 않다. 종교지도자로서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에서 우리나라의 나아갈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두 성직자가 제시한 방향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금의 제왕적대통령제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체제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비선실세 문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으니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말이다.
대체 누가 한 말인가. 바로 손학규 쩐 민주당 대표다.
지난해 10월 20일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을 박근혜 대통령으로 끝내야 한다”며 “제7공화국‘을 화두로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동아시아미래재단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도 “청와대발 국정농단 사태는 6공화국 헌법 체제의 총체적 폐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미나에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 손 전 대표의 개헌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무슨 죄냐?”며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주장하는 손학규 전 대표를 “정치 이합집산 세력”으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권력에 눈이 먼 집단”이라는 등 되레 역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는 “낡은 체제 이대로가 좋다는 호헌파야말로 정권에 눈 먼 수구세력”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치와 무관한 함세웅 신부와 법륜스님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유독 문재인 전 대표만 ‘사람이 문제지 헌법이 무슨 죄냐?’라며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문재인 전 대표의 말처럼 개헌을 주장하는 함세웅 신부와 법륜스님 같은 성직자들이 ‘권력에 눈먼 집단’이고 ‘정치 이합집산 세력’인 것일까?
누가 봐도 그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제왕적대통령제를 뜯어 고치지 않고 ‘이대로 선거를 치르자’는 사람들이야말로 권력에 눈먼 탐욕스런 자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선거는 아무래도 ‘개헌(改憲)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호헌(護憲)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간의 한판 승부로 압축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개헌에 동의하는 개혁세력과 호헌을 주장하는 수구세력이 자웅을 겨루게 될 것이란 말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권주자 지지율이란 것은 별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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