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훼방 놓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1-20 08:0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19일 출국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해 한미관계가 굳건해질 수 있도록, 든든해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3박4일 방미일정을 마치고 22일 새벽에 서둘러 귀국할 예정이다.

그날 오후 새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출범식에는 손 전 대표의 내각제 개헌론에 동의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친문계는 어떻게든 그 출범식을 훼방 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실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많고 많은 날 중에서 하필이면 바로 그날에,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열리는 ‘포럼광주 창립준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대규모 세를 과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국민의당으로부터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이 열리는 날인 22일에 서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안희정 전무후무 즉문즉답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안 지사는 그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동안 현장에서 토론하며 파격적인 형식의 출마선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단지 우연의 일치로 봐야 하는 것일까?

그러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어쩌면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에 쏠릴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친문패권세력이 조직적으로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 합리적 의심을 하는 첫 번째 근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이른바 ‘개헌저지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의 공식명칭은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지만 그 내용이 온통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것들이어서 언론은 ‘개헌저지보고서’라고 지칭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용익 전 의원이 맡고 있다. 과거에는 아예 대놓고 특정 계파 인물을 원장으로 임명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가 그런 관례를 깨고 김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에 임명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당시에 특정 후보, 즉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던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저지보고서’는 문재인 당선을 위한 전략서나 다를 바 없었다. 특히 그 내용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일단 보고서는 문재인대세론에 걸림돌이 되는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개헌세력 연대’를 꼽고 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손학규 전 대표가 있다.

실제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일성은 ‘7공화국’이었다.

그는 최근 ‘손학규의 국민주권 개혁회의’ 기자회견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정치검찰, 거대기업과 재벌비리 등을 개혁하는 것이 7공화국"이라며 "국민들이 든 촛불은 헌법체제에 대한 저항이다. 헌법구조를 바꿔 제7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세웅 신부나 법륜스님 등 성직자들도 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에 동조하는 정치인들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그동안 개헌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요즘 들어 강력한 개헌론자로 돌변했다.

보고서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하나의 지침을 남겼다. 바로 개헌론자들의 힘을 빼기 위해 그들을 ‘정치 이합집산 세력’으로 매도하라는 지침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 지침서에 따라 노골적으로 손학규 전 대표를 ‘정치이합집산 세력’이라며 연일 몰아붙이고 있다.

심지어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내 손학규계 의원들이 국민주권개혁회의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일일이 전화를 걸어 “탈당할거냐?”며 압박했다고 한다. 이는 국민주권개혁의에 참여할 경우 탈당으로 간주하겠다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과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가 순항할 수 있을까?

만약 더불어민주당 패권세력의 집요한 방해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출항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이미 ‘절반의 성공’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대통령선거는 ‘개헌파’ 손학규 대 ‘호헌파’ 문재인 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 같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