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헌재 압박 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2-09 16:58:5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의 가치와 규정에 따라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헌재의 몫이다. 정치권력이 군중의 위력을 동원해 헌재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삼권분립’원칙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야당이나 탄핵을 저지하기 위한 여당이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3당 대표가 최근 회담을 갖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을 인용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있는 일이다.

그런데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야권이 노골적으로 헌법과 법치 위에 군림하려 들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실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정월 대보름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국민과 함께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헌재를 겁박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아예 발 벗고 뛰어들 태세다. 촛불을 들고 '경선열차'에 오른 형국이다.

촛불시위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대선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이 기각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만약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다시 퇴진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시장은 11일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11일 오후 전남 목포에서 정책발표회를 갖고 오후 6시에는 광주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막말했던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전날 성남의 한 기업체를 방문한 뒤 "2월 말 3월 초 탄핵이 확실하다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그 전제에서 당이 경선 준비에 들어갔는데 근래에 탄핵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면서 “정치권은 좀 더 탄핵 정국에 집중하고, 또 촛불 시민도 촛불을 더 높이 들어서 탄핵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선동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정치권의 행위는 법치의 생명인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짓이다.

사실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갔으면, 정치권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콩이냐 팥이야’ 하지 말고, 헌재가 오직 증거에 입각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인내하며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헌재가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헌법 수호기관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탄핵심판을 ‘신속’하게 하든, ‘공정’을 위해 조금 기일을 늦추든 그것은 전적으로 헌재가 판단할 몫이다.

탄핵안의 ‘인용’이나 ‘기각’ 역시 철저히 헌재 스스로 결정하도록 놔둬야 한다.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군중을 자극하고 집회를 선동하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정치권의 무책임한 장외 선동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헌재 흔들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탄핵을 기각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행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고 보면 “헌법에 따라 탄핵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는 11일로 예정된 광화문 촛불집회에 사실상 불참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들보다는 훨씬 더 안정감 있고 듬직해 보인다.

다만 헌재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 측의 의도적인 지연전술에 밀려 헌재 결정이 늦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