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짝퉁’ 버리고 ‘전통’ 택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2-1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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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나는 일관된 가치로 평생을 살아왔다.”

이는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발언이다.

사실 통상적으로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하기 일쑤다.

그런데 객관적 관찰자인 언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손 의장은 비록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고 정도를 걷는 모습을 보였었다.

따라서 일관된 가치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그의 고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왜, 더불어민주당 핵심 친노 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런 손 의장을 향해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으면서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뀌느냐”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일까?

심지어 그는 손 의장에게 정계은퇴까지 요구했다.

그러면 정말로 안 지사의 말처럼 손 의장이 ‘철새 정치인’이고 그의 동지들이 수시로 바뀐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거짓이거나 의도된 거짓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우선 손 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과 전격통합을 선언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자신이 대표로 있던 옛 민주당, 그러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손 의장이 1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국민의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이 자리에 앉아보니 민주당 대표할 때 최고위가 생각이 난다. 박지원, 정동영 등 당시 9명의 최고위원 중 6명이 국민의당에 와 있다”면서 “국민의당이 민주당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은 ‘짝퉁 민주당’에서 ‘전통 민주당’으로 제 자리를 찾아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은 ‘민주당’이라는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데, 민주당이 이상한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이상한 방향’이란 민주당이 특정 패권세력, 즉 친문세력만을 위한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마도 손 의장은 그런 변질된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그 정당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손 의장이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동지를 바꿨느냐. 내게 국민의당이 적(敵)이었느냐. 안철수·박지원·주승용·김동철이 적이었느냐. 이들을 민주당에 떨어져 나오게 한 게 누구냐. 분당을 누가 만들었느냐”고 반문한 것은 ‘변질된 민주당’을 만든 패권세력을 향한 질책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왜, 안 지사는 손 지사를 향해 거친 공세를 일삼는 것일까?

손 의장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홍위병으로 시작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손학규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가봐야 친문 패권 세력이 후보 자리를 내놓을 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즉 안 지사는 어차피 친문패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후보가 될 수 없는 만큼 ‘문재인 홍위병’이 되어 문재인 당선을 돕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안 지사가 ‘중도노선’을 표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뭔가 될 것 같으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모아서 중도노선이라는데, 중심이 없다"며 "안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키즈의 대표적 사람이지, 그가 언제부터 중도였느냐"고 꼬집었다.

사실 박근혜대통령 탄핵소추안가결로 이번 대선은 아무래도 야당후보와 야당후보가 맞붙는 대결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내더라도 존재감이 극히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도표심을 장악할 수 있는 야당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중도적 인물, 즉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민생문제에 전념할 수 있는 정치인은 손학규 의장이다. 더구나 그는 양당체제에서 누려온 친문.친박패권세력이 더 이상 기득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제왕적대통령제를 바꿔 7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제왕적 대통령을 꿈꾸는 친노.친문패권세력에게 있어서 손학규 의장은 ‘저승사자’와도 같은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

손 의장이 안 지사 등 친노,친문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득 재미있는 애견상식이 떠오른다. 개가 짖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첫 번째가 무서워서 방어차원에서 짖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신이 약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약하지 않다는 것을 상대에 보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짖는다는 거다. 그래서 개가 짖는 건 ‘상황에 따라 도망가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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