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선거원칙을 지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3-06 10: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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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제정하는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정당은 선거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온갖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가 원칙을 외면한 채 비뚤어진 길을 가고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지금 바로서지 못하고 불공정한 사회, 불평등한 사회로 전락한 것은 정치인들의 이런 비뚤어진 모습 때문일지도 모른다.

선거에는 ‘4원칙’이 있다.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의 네 가지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선거는 일정한 연령에 달하면 어떤 조건에 따른 제한이 없이 선거권을 주는 제도이며, 평등선거는 투표의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직접선거는 선거권자가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투표 장소에 나가 투표하는 제도를 말하며, 비밀선거는 투표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각 정당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제정하면서 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룰을 만들기 위해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모바일투표라는 희한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는 지인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로 1인1표 이상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평등선거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선거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한 일상공간에서 노출된 상황에서 투표하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까지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특정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정당이다 보니 특정인에게 유리한 ‘꼼수’를 부리기 위해 선거의 기본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더욱 황당하다.

경선룰에 여론조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건 이미 지난 4.13 총선 등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총선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우리나라 국민 두 명 가운데 한명은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일부지역에선 이른바 ‘역선택’을 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더구나 여론조사는 과학적으로 오차범위를 인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여론조사 기관마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를 ‘경선룰’에 반영한다는 것은 코미디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황당한 일이 지금 국민의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배심원 공론조사’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꼼수’가 등장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도 ‘새정치’를 주장하고 있는 안철수 측이 제안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공론조사’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바일투표+여론조사’다. 결코 해서는 안 될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최악의 방식이다.

실제로 안철수가 주장하는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처럼 임의로 전화를 돌려 배심원단을 선정하고, 투표는 모바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모바일로 투표를 해야 하는지 올바른 설명이 없다. 아마도 그 방법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는 앞서 지적했듯이 선거의 4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큰 문제가 있다.

더구나 노년층의 경우 자녀들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명의도 자녀들 이름으로 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노년층은 투표참여 자체가 원천봉쇄 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휴대전화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노년층 역시 방법을 몰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노인을 공경하지는 못할망정 정당이 대놓고 노인을 무시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배심원들도 모든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듣고 현장에서 후보들을 서로 비교해가면서 직접 투표하는 게 선거의 원칙이고 정도다. 국민의당만이라도 부디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는 정당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걷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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