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自强론’은 필패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3-3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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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승을 이어가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확인됨에 따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했던 비문 성향의 지지층이 이탈해 안 전 대표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탓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공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는 차기 주자 순위 2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5.2%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뒤를 이어 안철수 전 대표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밀어내고 10개월 만에 차기주자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포인트 오른 17.4%다.

그러면 안철수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불행하게도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에도 안 전 대표는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정당별 5자 가상대결은 물론 3자 가상대결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에게 무려 더블스코어 수준으로 크게 밀렸다.

우선 차기대선 5자 가상대결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43.9%, 국민의당 안철수 21.0%, 자유한국당 홍준표 11.1%, 정의당 심상정 4.8%, 바른정당 유승민 3.0%의 순으로 나타났다.

안철수(21%) 전 대표의 지지율에 홍준표(11%)·유승민(3%) 후보의 지지율까지 모두 합하더라도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23%포인트에 달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을 두 배로 곱한 것보다도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더 높은 것이다.

그러면 3자 대결 구도의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크게 다를 바 없다. 차기대선이 문재인·안철수·홍준표 3자 대결로 치러진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문재인 후보(47%)가 안철수(25%)·홍준표(12%) 후보의 지지율 합계(37%)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2%포인트로 역시 크게 벌어졌다.

(이 조사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5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19%, 무선 71%·유선 1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9.5%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그러면 차기 대선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는 걸 가만히 앉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가.
정녕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꺾을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에스타아이의 3월 월례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가상대결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48.0%, 안철수 전 대표는 42.0%를 각각 기록했다.

물론 문재인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안철수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3당 단일후보로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다. 없음은 7.6%, 잘모름은 2.4%였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이른바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비문·반문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두 사람의 격차는 6%p로 크게 좁혀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바른정당 지지층으로부터 무려 70%대의 높은 지지를 받은 탓이다.

(이 조사는 미디어오늘 의뢰로 3월 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1%p였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즉 3자구도나 5자구도로 진행될 경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라 할지라도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수 없지만 양자대결이라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호남 지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연일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자강론을 주장해 온 탓에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의 자강론이 당내 경선에선 약(藥)이 됐지만 본선에선 독(毒)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모쪼록 필패론인 ‘자강론’을 철회하고 필승론인 ‘연대론’으로 돌아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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