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自强론, 이대로 좋은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4-19 1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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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국민갈등을 부추겨왔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구호가 어느새 ‘국민통합’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구호만 바뀐 게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 특보를 지낸 MB계이자 YS계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날 문 후보는 이들의 영입에 대해 “보수-진보를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중도 보수까지 다 함께 할 수 있는 국민 대통합 시대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촛불민심은 대한민국을 더 진보적인 나라로 만들어달라거나 보수적인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달라는 것이고, 이에 찬동하는 분이면 누구나 새 시대에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솔직히 문재인 후보의 이런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그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런 탓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전략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즉 문 후보의 ‘국민통합’이라는 구호가 다분히 대선승리를 위한 ‘선거용 구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이 미미하나마 조금 오르는 걸 보면 선거 전략으로선 ‘괜찮은 전략’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어떤가.

안 후보는 줄곧 ‘국민통합’을 주장해 왔다. 따라서 국민들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사회갈등이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어쩌면 안 후보가 보수의 심장부 격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가 이런 신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작 그의 행보는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안철수 후보의 ‘자강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안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손학규의 연대론’을 비판하며 자강론을 주장해 왔다.

물론 그로 인해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경선승리가 아니라 본선에서 승리하는 것인데 ‘자강론’은 국민의당을 고립시켜 결과적으로 표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지금 바른정당 내부에선 유승민 후보 사퇴론이 ‘솔솔’ 풍겨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종구 의원이 최근 유승민 사퇴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유승민 대선 후보에 대한 사퇴 건의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지지율이 전혀 안 오르고 있어서 수습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터인데 공식적 반응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다른 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어 온 탓이다.

실제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우리가 계속 연합도 없고 단일화도 없다고 강조해서 지지 세력을 모았는데, (지금 바른정당과 연대하면)안철수 후보로서도 자신이 얼마 전에까지 해왔던 말을 뒤집어엎는 면이 있다”고 ‘연대 불가’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다른 세력과 연대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승리할 수만 있으면 국민의당 입장에선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쉽지 않다.

지금 보수진영이 점차 세를 키워가고 있는 마당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그만큼 빠져 나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날 공개됐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는 지금이라도 ‘자강론’을 버리고 ‘연대론’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선 그동안 줄곧 ‘국민통합’을 강조해왔던 안철수 후보였기에 ‘자강론’보다는 ‘연대론’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누리꾼들로부터 ‘편 가르기 달인’이라는 비난을 받는 문재인 후보도 ‘국민통합 퍼포먼스’를 하는 마당에 안철수 후보가 ‘편 가르기’와 다를 바 없는 ‘자강론’을 고집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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