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투표하는 손이 아름답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5-09 12: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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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모범커플로 알려진 배우 최수종씨와 하희라씨가 대선당일에도 모범 부부다운 면모를 보였다.

최 씨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투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소중하고 아름다운 권리. 선한 영향력. 축복의 통로. 사랑. 감사"라는 글과 함께 투표장 앞에서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가수 솔비 역시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두 투표하셨죠? 아름다운 선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투표 인증샷을 공개했다.

굳이 이들 연예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투표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권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당당하게 ‘소신투표’를 할 때에 아름다운 것이지, “집권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이른바 ‘사표(死票) 방지’논리에 따른 ‘군중심리 투표’를 과연 아름다운 투표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친문-친박 패권세력들은 ‘사표방지’ 논리를 앞세우며 다른 정당으로 가는 표를 차단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로 인해 오늘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거대한 기득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사실상 양당은 사표 논리를 앞세워 ‘적대적 공존’ 관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런 투표 현상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래 ‘비판적 지지’라는 명분으로 줄곧 진행돼 왔다.
차선 혹은 차악을 택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으며 사표 방지 논리가 작동해 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상황이 달라졌다.

양당의 ‘사표방지’논리에 현혹돼 이기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군중심리 투표’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소신투표’를 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승자독식 대선의 성격이 중층구조로 변화하면서 소신투표 필요성이 커진 탓일 게다.

사실 사표(死票)라는 건 없다. 사표라는 용어는 단지 양당 패권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전략적 용어일 뿐이고, 누구에게 표를 주던 그것은 그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지후보의 당선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옳다고 하는 최상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소신투표야말로 ‘값진 투표’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주는 표는 기득 패권 양당 정치 폐해를 견제하는 큰 힘이 될 것이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주는 표는 보수의 중심축을 자유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얻는 표는 우리나라 정당사에 진보정당이 굳건하게 뿌리는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보다 더 값있는 투표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국민의당 김철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특정정파, 특정지역만 대변하는 양당 독점 시대가 끝나고,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유권자 열망을 투표로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바른정당 지상욱 유승민 대통령 후보 대변인 단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누가 되면 어쩌나 염려하지 말자.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내 소신 그대로 투표하자. 오늘 누가 아닌, 내 소신 투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 짓는다"며 소신투표를 독려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는 내가 진짜 옳다고 생각하는 후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게 심상정이 아니라도 여러분 마음속에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소신투표'를 힘껏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정말 ‘최상의 후보’라고 생각해서 지지한다면 모르되, 단지 그들이 당선 가능한 후보라는 점 때문에 ‘우르르’ 몰려다니듯 ‘군중심리’에 의해 그들에게 표를 몰아준다면, 그건 결코 ‘아름다운 투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모쪼록 우리 유권자들이 ‘소신투표’를 통해 양당 패권세력이 장악하는 있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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