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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당이 16일 패배 요인 분석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정체성과 자강론을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은 지지기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를 오락가락한 것을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이 ‘먹고사니즘’ 즉, 민생경제인데 안 전 후보는 ‘안보’를 1번 공약으로 내거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역시 “한국적 보수주의와 한국적 진보주의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면서 인상적인 무엇을 남기지 못했다”고 안 후보의 모호한 정체성을 대선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오승용 전남대 교수는 앞으로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두 개의 길이 있다. 정당 연합을 통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길과 샌드위치 신세를 한탄하며 원심력에 따라 기존 양당 체제에 흡수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대선 때처럼 자강론을 주장하다가 공중분해 되거나 아니면 연대론으로 ‘제3의길’을 찾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사실 안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중도’라는 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도’는 진보와 보수의 중간 지점인 ‘중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가 이념 문제에 치중할 때, 중도는 다산정약용 선생의 ‘실학사상’에 입각한 ‘민생’을 우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정책이 진보든 보수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면 선택하는 것이고, 해가 된다면 버리는 것이 중도가 가아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데 안 후보는 ‘중도’에 대한 개념을 ‘중립’으로 잘 못 이해한 탓에 양쪽 진영의 눈치를 보는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대선 과정 내내 보수결집을 호소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역시 ‘보수’를 입에 달고 다닌 유승민 후보도 엄청난 과오를 범한 셈이다.
따라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대선에서 패배한 패장들은 당분간 자숙하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아직도 선거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면 응당 그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패배한 대선주자들이 자숙하기는커녕 되레 정치권을 향해 ‘훈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실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당내 주류를 겨냥, "구 보수주의 잔재들이 설치는 당으로 방치하게 되면 한국 보수우파의 적통정당은 한국정치판에서 사라지고 좌파들의 천국이 된다"고 공세를 취했다. 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처럼 나서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이 차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국민의당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을 다당제 하에서 치를 수 있었다. 이제 기득권 양당이 모든 권력을 가지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면서 "이번에 승자독식의 대선이지만 우리는 전 세대, 전 지역에 걸쳐 20% 전후의 고른 지지를 받는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국민의당 내부 일각에선 ‘안철수 당 대표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혹시라도 차기 당 대표 자리를 위해 서둘러 나서는 것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도 전날 열린 연찬회에서 거듭 자강론을 주장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그는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 굉장히 어려움이 많을 것 같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어려움을 피해간다고 해서 그 어려움이 없어지지 않고, 우리가 우리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때 피와 살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장으로서의 자기반성이나 미안함의 표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혜훈 의원이 ‘유승민 당 대표론’을 흘리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들의 모습을 보면 애잔하다가도 이런 태도에 불같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경고하거니와 아직은 그대들이 나설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자숙하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자신들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 미안함을 표시해야 할 때다. 5년 후를 기약하려면, 더더욱 자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 대표라니, 아서라, 그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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