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정우택, 둘 다 책임 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5-17 12: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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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책임론을 놓고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런 모습은 마치 한편의 개그프로를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홍준표 전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같은 큰 행사를 치렀으면 당을 새롭게 하기 위해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 사퇴 이야기가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도 권력이라고 집착한다면 정치적으로 퇴출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은 늘 이러한 치열한 문제의식 없이 눈감고 넘어가는 바람에 망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마디로 정우택 대표권항대행 등 모든 지도부가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홍 전 지사의 이런 주장은 맞는 얘기다.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대로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40석의 미니정당에 불과한 국민의당에서도 이미 박지원 대표 등 지도부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마당에 100석이 넘는 거대한 규모의 정당의 지도부가 선거패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자 정우택 원내대표가 발끈했다.

그는 이날 “역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한 사람들은 대개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정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홍 전 지사가 이번에 만약 당선이 안 되면 (책임을 지고)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는 홍준표 전 지사의 당권도전설에 대해 "지금 막 대선에서 떨어졌는데 또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 말도 맞는 말이다. 대선 참패에 대해선 마땅히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보다 책임이 더 큰 후보가 그 책임에서 비껴간다면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바른정당 연찬회에선 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유 의원은 대선패배 책임의 의미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홍 전 지사 역시 당권을 기웃거릴 게 아니라 유 의원처럼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게 당인으로서 옳은 태도일 것이다.

즉 정우택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지사 모두 대선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 원내대표는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하고, 홍 전 지사는 그 혼란한 틈을 타서 자신이 당 대표가 되겠다는 황당한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도부의 책임론을 전개해 놓고 패배한 후보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가는 것처럼 우스꽝스런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대선에 패배하고도 정우택 원내대표가 여전히 대표 권한대행으로 이끌어 가는 정당이나, 선거에서 참패한 홍준표 전 지사가 당 대표로 선출되는 정당이라면, 그 정당은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다.

따라서 홍 전 지사나 정 원내대표는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네 탓 공방”을 벌일게 아니라 둘 다 ‘공동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고 자유한국당이 거듭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에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는 우익과 좌익의 양 날개가 있어야 높이 오를 수 있듯이 정당도 우익정당과 좌익정당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선패배엔 홍준표, 정우택 두 사람 모두 책임 있다.

그러니 정우택 원내대표는 즉시 사퇴의사를 밝혀 조기전당대회를 치르도록 하고, 홍준표 전 지사는 당권 욕심을 버리고 당분간만이라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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