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與 vs. 흔들리는 野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5-24 1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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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고공행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80%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는가하면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0%대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대선패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야 3당 지지율은 폭락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경우, 지난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15~19일ㆍ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선 12.4%로 지난 대선 당시 득표율에서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당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오는 7월3일)이 확정되면서 내홍이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 친홍(친 홍준표)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친박계를 겨냥 "박근혜를 파는 바퀴벌레들"이라고 비하했고,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뒤통수를 육모방망이로 빠개야 한다"며 원색적인 공세를 취했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양측의 갈등을 치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동교동계의 탈당 압박으로 기로에 선 국민의당의 사정은 더욱 암담하다.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 대부분은 제 3의 길을 더 명확히 가기 위해서 바른정당과의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의 경우, 8월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제안도 했었다.

그러나 동교동계 원로인사들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합류에 무게를 두고, '마지막 카드'로 정대철 상임고문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대철 비대위원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결국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인위적인 합당, 통합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통합은)국민 선택을 어긋나게 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추진이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독자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이런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 화합을 외치고 있는 바른정당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열린 전체회의에서 6월26일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확정했지만 물밑에선 여전히 '개혁적 보수'의 생존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16일 열린 연찬회에서 ‘자강론’의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지지율이 5% 안팎에 불과한 상태에서 자강론은 고립을 초래할 뿐이라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잘 나가는 여권’ 앞에서 야권은 이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금 문 대통령의 지지율, 그러니까 대통령 취임 후 실시한 첫 여론조사 결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조사와 비교할 때 별반 차이가 없다. 오차범위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명박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20%대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었듯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그렇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바라지만, 문 대통령은 아무래도 경제문제보다 이념문제에 더욱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정말 그렇다면, 지금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국민이 실망해 등을 돌리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야권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정권 심판론’으로 인해 잘 나가던 여권이 위기에 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야권은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기 바란다.

야권의 견제 없는 국정운영은 자칫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잘 나가는 여권 못지않게 야권도 반듯하게 자리 잡아야 적절한 견제가 이뤄질 것이고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야당이라도 정부가 잘 하는 일에 대해선 당연히 박수도 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정부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하거나 일을 추진하려고 할 때는 분연히 일어나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모쪼록 흔들리는 야3당 모두 내부 갈등을 딛고 일어서서 확실한 야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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