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홀로서기’냐 ‘마주 서기’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6-08 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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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자강'과 '연대'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일단 양당은 '자강론'을 앞세워 대선 패배 이후 후유증에서 벗어나 홀로 서기에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팽팽하게 맞서면서 모든 언론의 관심이 거대 양당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 3지대’를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민의당은 40석, 바른정당은 20석에 불과한 원내 3, 4당으로 100석이 넘는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초라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두 당이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연대론'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적 연대뿐만이 아니라 정당 간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룹 또는 의원들과 어느 정도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며 "합당이 아닐지라도 연대 같은 것을 어느 정도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 열린 바른정당 국민토론회에서는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합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며 "호남기반의 국민의당과 연합하므로 영남, 수도권 중심의 바른정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전국 정당화하는 최초의 정당을 창당하게 되고 지역간 통합 및 협치의 틀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바른정당의 최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이 ‘통합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 유 의원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여전히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아마도 유 의원은 바른정당을 정의당과 같은 이념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즉 현재 의석 20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보수’라는 이념에 기초한 정당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낡은 이념의 시대가 아니다. 국민을 통합하고 민생을 우선해야 하는 최첨단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보수’라는 이념문제에 치중하다보면,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조차 받기 어렵게 된다. 더구나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도 자유한국당과 표가 갈릴 수 있다.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당은 어떤가.

당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야기가 나오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구시대의 동교동계 원로인사들이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원내대표 임기를 마칠 즈음에 “국회 제3당이 거대 양당 구조 속에서 캐스팅 보우트를 행사하면서 제 역할하기 위해서는 의석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바 있다.

그러자 동교동계 원로들이 ‘탈당’ 운운하며 막아섰고, 호남 중진 의원들이 이에 가세했다.

전남의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문제는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자강할 때”라고 일축했고, 전북의 정동영 의원도 “바른정당과의 합당론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광주의 박주선 비대위원장 역시 지난 4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강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마도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나중에 민주당과 통합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호남민심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느 평론가가 호남민심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집안에서만 잘난 척 하는 놈이 아니라 집밖에서도 인정받는 놈을 더 사랑하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느냐.”

한마디로 호남에서만 지지를 받는 ‘호남 자민련’으로 남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지지를 받을 때 호남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란 뜻이다.

경고하거니와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결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다. 듣기 싫겠지만 힘도 없는 주제에 강한 척 ‘홀로서기’를 고집하면, 양당 모두 망한다. 반면 두 당이 손을 잡고 마주서기를 한다면 더욱 단단해 질 수 있다. 여야 거대 정당의 패권주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여전히 ‘제3의 중도 정당’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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