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그에게 손을 내밀어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6-1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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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8월말 이전 전당대회 개최’를 재확인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연기론에 “안 된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은 셈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3일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전대를 통해 당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방침 속에 박주선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당시 8월 전대 개최 방안에 의원 다수가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는 비대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전당대회를 8월께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대선평가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구성한 후, 돌연 8월 전당대회가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박 위원장은 "비대위 체제는 과도기적이고 한시적이며, 비정상의 정상화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선 평가 작업과 혁신 작업이 어느 정도는 마무리돼서 당 기본이 세워진 이후 전당대회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자 당내 일각에선 ‘대선평가’ 작업과 ‘당 혁신’ 작업을 명분으로 박 비대위원장이 비상당권을 더 유지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13명의 국회의원들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해 ‘8월말 이전 전대 개최’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에 대해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초에 전당대회를 하반기로 늦춘다는 얘기가 있어서 지도부의 의견을 들으며 의원들이 의견을 교환하자고 의총이 소집됐다"며 "공통적인 건 8월 말 이전 적당한 날짜를 잡아서 전당대회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당대회의 시기를 정하고, 절차를 정하고, 당헌당규를 정비하는 문제는 의총이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13~14일 이틀 간 예정된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의원 및 지역의원장들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록 의총에서 ‘전대 연기 불가’라고 쐐기를 박았지만, 비대위 체제가 전대개최를 지연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꼼수를 부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사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늦어도 8월말 이전에 전당대회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확실히 지킨다면, 비대위체제가 유지되는 기간은 고작 두 달 남짓이다. 그 기간 동안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당대회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관리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비대위가 대선평가 위원회를 만들고, 혁신위원회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웃기는 이야기다.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의를 하다보면 두 달 내에 대선평가를 마무리 짓고 혁신안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설사 기한 내에 서둘러 마무리 한다고 해도 온전한 평가와 방안이 나올 리 만무하다. 따라서 그런 일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지도부에게 맡기는 게 옳다. 그런데 굳이 그걸 하겠다니 ‘대선평가가 미진하다’거나 ‘아직 혁신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대를 연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의원총회가 열리는 바로 그날, 6명의 혁신위원원을 추가임명 했을 뿐만 아니라 당 상설위 위원장 및 사무총장 산하 위원회 위원장 등 정무직 당직자들까지 대규모로 추가 인선했다.

다음에 전대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어도 인사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당원들의 기대를 담아 탄생한 새 지도부가 인사권조차 제대로 행사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당을 바꾸고 개혁해 나갈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박주선 비대위 체제는 국민의당이 지금처럼 ‘호남자민련’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국민의당은 희망이 없다.

따라서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 탓에 당장은 정치일선에 나서기 어렵겠지만, 물밑에서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우선 당장 ‘8월전대’ 약속을 이행하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당의 전국정당화, 특히 제3당으로서의 확실한 입지구축을 위해 당 대표로 내세울만한 경륜 있는 정치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5년 후를 기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손을 잡아야할 그가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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