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또다시 ‘호남론’이라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6-14 11: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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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13일 강원도 고성 국회연수원에서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워크숍이 열렸다. 대선패배 원인과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이 나아갈 방향을 논하는 자리였다.

당연히 ‘탈(脫)호남’을 통해 ‘호남자민련’이라는 오명을 벗고 전국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날의 핵심화두는 여전히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워크숍 특별 강연자로 나선 김태일 혁신위원장이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다,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라며 또다시 ‘호남론’을 핵심 키워드로 꺼내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혁신위원장이 호남과 국민의당을 동일시하면서 국민의당을 호남이라는 울타리에 가둬 놓은 셈이다.

과연 이런 사고를 지닌 혁신위원장이 올바른 혁신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즉각 강력한 반발이 잇따랐다.

정두환 서울 금천지역위원장은 “우리를 호남에 가둔다면 이 당의 목표는 집권이 아니다”라며 "호남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떤 개혁이든 공허하고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호남과 개혁을 동일시하고 호남과 국민의당을 일체화하면 앞으로의 비전, 정체성이 그 속에 갇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는 물론 충청, 영남에서 후보가 있을까. 만일 광역단체 후보가 있다면 그 밑의 후보가 존재할까 등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일식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지역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논의만 있다”며 "호남도지사, 호남광역시장을 위한 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을 꿈꿔야 하는데 논제 자체가 아직도 호남에 머물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한 김태일 혁신위원장의 답변이 참으로 가관이다.

김 혁신위원장은 “호남이 중요한 지지기반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전략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호남 지키고 수도권 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 위원장의 말처럼 호남은 국민의당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지기반임에는 틀림없다.

당연히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지역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호남 지키고 수도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묘수는 없다.

즉 ‘호남자민련’의 입지를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하면서 동시에 수도권과 영호남 등 다른 지역으로 세를 확산하는 이른바 ‘전국정당화’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사실 국민의당이 지난 4.13 총선 당시 호남에서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은 ‘행운’인데, 자꾸 그런 행운을 기대하다보면 ‘호남’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아주 간단하다.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을 의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확실한 중도의 입장을 견지하고 당당하게 나아간다면 범국민적 지지를 받게 될 것이고, 당연히 호남 유권자들도 지지를 보내 줄 것이다.

이를테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적격’ 내각 후보자에 대해선 당당하게 지지의사를 밝히되 ‘부적격’ 후보자에 대해선 단호하게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호남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우물쭈물하거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전국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호남 유권자들 역시 그런 모습을 좋게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당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말로는 영호남을 뛰어 넘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당은 호남의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영호남의 지역갈등을 극복하고 제3당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려면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나오자마자 바로 호남지역의 동교동계 원로들이 들고 일어나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국민의당은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대로 ‘호남자민련’으로 남아 있느냐, 아니면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정당화의 길로 나아가느냐. 어쩌면 그 선택이 내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당 운명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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